* 이재명정부 들어 농촌을 둘러싼 개발 바람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농지에 설치하는 영농형태양광이 힘을 받고 있고 농지 규제를 완화하거나 산림 개발을 촉발시키는 법안들이 국회에서 발의되거나 제정돼 농민들과 시민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은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본 전남 나주 들녘. 한승호 기자
자본개입·식량감산 문제 뒤로하고 영농형태양광 가속
‘33건’ 무더기 농지법 개정안, 농지 투기 조장 일변도
산불특별법, 산불 구실 삼은 산지 난개발 우려 구체화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11. 23
식량주권과 농가경제, 농촌 다원적 가치의 근간인 농지·산지가 위협받고 있다. 이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자부하는 이재명정부지만 실제론 과거 어느 정부에서보다도 대대적으로 농촌 개발·투기의 길이 열릴 태세다.
# 영농형태양광, 불안한 질주
최근 가장 활발한 이슈는 영농형태양광이다. 태양광 의제를 선점한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정부 농촌태양광 정책의 실패(난개발) 이후 영농·발전 복합 모델을 들고 나온 것이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이 국회토론회를 연 데 이어 19일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전문가 토론회를 주재하면서 그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산에 농지가 매우 효율적 수단인 건 분명하지만, 영농형태양광엔 아직 해소하지 못한 중대한 위험성이 있다. 비농업인의 농지 취득·소유가 비정상적으로 일반화된 우리 농업 현실에서 영농형태양광은 도시자본의 농지 투기에 편법적으로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최소한이나마 농지 실태 정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농민을 농지에서 몰아낼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농식품부는 최근 영농형태양광 사업계획안에서 영농의무 불이행 시 △적발 시마다 1년 영농·발전수익 이상의 벌금 △2회 적발 시 전력계통 연결권 회수 △3회 적발 시 발전사업 취소 및 원상회복 명령 등 강력한 징벌을 부과하는 안을 내놨다. 실현이 가능하다면 편법 투기를 포괄적으로 막을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너무나 과감한 안이라 사회적·법리적으로 수용 가능할지 농식품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다. 또한 설령 투기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영농형태양광은 해당 농지의 농업생산량 감소(통상 15~25%)를 수반하는데, 이에 대비한 국가식량계획이 서 있지 않다는 게 또한 중요한 맹점이다.
# 농지 투기에 큰 빗장 열린다
아직 본격화되진 않고 있지만 국회의 「농지법」 개정 논의도 논란이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건 직후 국회는 농지법을 개정해 비농업인의 농지 취득을 대폭 제한했다. 하지만 이는 농지 매매를 원하는 일부 농민과 부동산 투기세력의 불만을 초래했고, ‘표심’을 의식한 22대 국회의원 다수가 농지법 재개정 공약을 내걸고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 국회엔 20명의 의원이 무려 33건의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해 놨는데, 그 전부가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확대하거나 농지를 농업 외 용도로 활용하는 법안들이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은 단 한 줄도 포함돼 있지 않다.
LH 사태의 원흉이었던 ‘농업진흥지역 내 주말·체험영농 목적 농지 취득 허용’을 복원하는 건 기본이고 △농업진흥지역 해제 조건 확대 △농업진흥지역 내 각종 시설 설치 허용 △농지 임대 규제 완화 △지자체 자율 농지 관리 △상속·이농자 농지 소유 상한 폐지 등 오히려 LH 사태 이전보다도 규제를 느슨하게 만들려는 조항들이 들어차 있다. 하나같이 농지 투기를 조장하고 임차농에게 부담을 지우며 종국엔 농지 소실을 초래할 수 있는 것들이다.
농지 규제 완화에 총력을 쏟는 건 국민의힘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역시 방조 내지 동조하고 있다. 양당이 발의한 법안이 33건이나 쌓여 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2년째 꾸준히 법안 처리를 재촉하고 있는 만큼, 당장이라도 국회 내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상황이다.
# 산불특별법, 산림 난개발 신호탄
산지엔 이미 개발의 빗장이 열려 있다. 지난달 28일 제정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때문이다. 올해 초 영남 초대형 산불의 수습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특별법이 포괄적인 산지 개발을 허용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재난을 틈타 개발 야욕을 채웠다”, “특별법이 난개발 면허장이 됐다”고 개탄하고 있다.
최대 피해지역인 경상북도(지사 이철우)는 특별법이 공포되기도 전부터 골프장·리조트, 목재산업지구, 대단위 스마트팜, 산림미래혁신센터 등 피해 시군별 산지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한껏 들뜬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경북도가 내건 “바라보는 산에서 돈이 되는 산으로” 구호는 산림청의 “돈이 되는 산림” 구호와도 일치한다.
이 특별법의 가장 큰 문제는 ‘산불이 나면 산지를 개발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향후 일부 부도덕한 산주나 자본가들이 산불을 반기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정의는 물론 산불진화에도 어떤 식으로든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덧붙여 국회의 산불특별법 의결은 국민의힘의 주도와 더불어민주당의 방조, 즉 현재 농지법과 똑같은 구조의 알력관계가 작용한 결과로, 농지법 역시 비슷한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