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엔비사과 재배농가들
유통사만 유리한 수매가 지적
“후지 가격 50% 받으면 선방”
예산능금농협과 협의 바탕으로
유통사, 올해 협상도 일방 통보
사과 입고 안하면 ‘페널티’ 협박
한국농어민신문 보은=이평진 기자 2025. 11. 28
충북 보은군 엔비사과 농가들의 불만이 크다. 엔비사과를 매입해 유통하는 에이치엔비아시아(H&B아시아)라는 회사를 향한 것이다.
농민들의 불만은 수매가에 대한 것으로 요약된다. 수매가 기준이 지나치게 회사 측에만 유리하게 설정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엔비사과 실제 판매가격이 후지에 훨씬 못 미친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보은지역에만 엔비사과 재배농가가 88호, 53ha로 파악되고 있다.
보은군 삼승면 최모 씨는 “수매가를 안동공판장 후지 평균가격에 맞추겠다고 사업 초기부터 얘기했다. 그러나 실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다. 후지가격 대비 50% 받으면 많이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18년부터 묘목을 심어 올해로 7년차인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다. 후지가격에 한창 모자란다. 농가 대부분이 울며 겨자먹기로 수매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승면 구모 씨는 엔비 2000평 농사를 짓고 있다. 작년 콘티상자 650개를 출하해 총 2600여만원을 받았다. 18kg 한 상자당 4만원을 받은 것이다. “작년에 후지 가격 대비 100%를 달라고 몇 번 요구했었다. 다 무시됐다. 후지보다도 못하니 주변 농가들도 불만이 많다. 10년 지나면 다 캐내고 갱신한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도 수매가 협상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보은군엔비농가협의회와 회사 측이 몇 번 협상을 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다. 결국 수매가 협상은 회사 측의 일방 통보로 종결됐다. 앞서 보은군엔비농가협의회는 수매가 1차 협상안을 제시했다. 80과까지를 정품으로 하고 81과부터 등외로 하자는 내용들이었다. 기존에는 71과부터 등외 적용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협상안은 회사 측이 거부했다. 이에 협의회는 2차 협상안을 다시 제안했다. 2차 협상안은 1안부터 3안까지 여러 선택지를 담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10월 20일, 회사 측은 일방적으로 수매가를 결정해 통보했다. 등급별 선별기준도 농민들의 요구사항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 측의 수매가 기준은 예산능금농협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10월 2일 이 농협과 합의한 결과를 타 지역에도 동일하게 적용키로 했다는 것이다.
보은군엔비농가협의회 정모 회장은 “왜 보은군 수매가를 예산군에 맞추나. 거기랑 여기는 엄연히 다르다. 합의가 안된 사항을 자기들 멋대로 일방 통보한 것이다. 그러고는 기한까지 사과 입고를 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준다고 협박을 했다. 가격 협상도 되지 않았는데 입고를 하라는 게 말이 되나? 모든 게 일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 측이 우리와 맺은 계약서에도 가격협의는 보은군사과협의회와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옛날부터 예산군 핑계를 계속 댔다. 예산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거기 가서는 또 보은 핑계를 댄다. 자기들 유리한대로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예산지역 농민의 얘기도 이와 비슷하다. 예산군 모씨는 “작년에 회사 측을 만나 가격협상을 제대로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농민대표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고는 수매가나 선별기준을 보은군과 협의한 내용대로 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회사측은 작년에 보은 농민들과 합의한 수매 기준을 예산지역에도 적용했다. 정품 수매가를 후지 평균 가격의 94.45%에서 92.25%로 낮추는 데 보은 농민들이 합의해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보은군 정모 회장은 “작년에 전체적으로 색이 안 났다. 그래서 수매가를 낮추는 대신 색택 기준을 40% 이상에서 30%로 낮추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걸 예산군에도 똑같이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선별과정에서는 색택기준을 40%로 맞췄다고 한다. 합의는 30%로 해놓고 실제로는 40% 이상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정 회장은 “선별 당시 설정값을 증빙할만한 자료만 없을 뿐 사실 확인을 다 했다. 농민들을 속인 것이다. 법적 소송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년에 콘티상자 1000개를 납품했다. 5700만원인가 받았는데 그나마 많이 받은 거다. 콘티 하나당 평균 4만원 아래가 허다하다. 엔비 농사를 왜 짓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은지역 엔비 사과는 충북원협이 운영하는 산지유통센터에서 선별된다. 회사 측이 충북원협에 선별비용을 지불하고 물량을 가져간다고 한다. 유통센터 관계자는 “여기로 들어오는 후지가 평균 6만원에서 7만원을 받는다. 엔비는 4만원대로 보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회사는 선별시설, 물류장비, 저온창고까지 아무 것도 없다. 다 외부에 맡기고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러니 제비용을 매입가에서 빼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치엔비아시아(H&B아시아) 보은지역 담당자는 “가격협상과 관련해 회사 측 입장을 전할 위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회사 대표의 입장을 듣고 싶다”는 요구에 “어렵다”고 답했다. 본사도 대표와의 통화 요청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