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일 제주도의회 도민 카페에서 제주농업인단체협의회가 미국산 만다린 무관세 수입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주농업인단체협의회 제공
제주농단협, 농가피해 최소화 위한 정부·도정 노력 촉구
쿠팡 등 유통업계에도 “영향력 큰 만큼 상생 노력 필요”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2025. 12. 31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FTA)으로 인해 수많은 품목의 수입관세가 일찌감치 사라진 가운데 ‘단계적 철폐’ 절차조차 곧 마무리된다. 미국산 만다린의 단계적 관세 철폐로 인해 이미 많은 피해를 입은 감귤농가들이 관세 완전 철폐를 앞두고 국가와 유통업계를 상대로 책임농정·상생노력을 요구했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인단체협의회(회장 김필환, 제주농단협)는 지난 30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감귤(만다린) 무관세 수입이 제주 감귤산업을 붕괴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고 호소하고, 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부·제주도정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만다린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귤 품종으로 우리 감귤과 비슷한 모양과 크기에 신맛보다는 단맛이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수입은 주로 3~4월에 집중되는데 국내 감귤산업 입장에선 4월까지 출하하는 일부 만감류와 출하기가 겹치는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들어 ‘폭증’한 수입량이다. 이는 지난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의 관세 양허 내용과 맞닿아있는데, 협정 내용에 따라 이전 144%였던 만다린 관세는 지난해 9.5%까지 단계적 인하를 거듭했고 2026년 3월 이후 완전 철폐된다. 지난 2018년만 해도 8톤 수준이었던 수입량은 단계적 철폐 과정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24년에는 2874톤, 올해엔 그보다도 두배 이상 증가한 7619톤을 기록했다.
제주농단협은 최근 산지가격·수급 불안 심화에 대한 현장 우려가 심해지고 있으며, 무관세 전환 이후 충격은 ‘사후 수습’으로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사전적 수급관리와 농가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관세 수입과 함께 특정 유통 주체를 드러내 강조하고 나선 것도 눈에 띈다. 수입 농축산물 직매입·유통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시장 영향력이 큰 대형 유통플랫폼의 행태가 국내 농업 기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한 것인데, 특히 온라인 부문에서 압도적인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쿠팡에 대해 상생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쿠팡의 수입 농축산물 유통 확대가 플랫폼의 영향력과 맞물려 지역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국정감사 기간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이 2024년 약 6조원에 달하는 농수축산식품 매출을 기록하고, 특히 수입식품을 통해 3조원 넘는 매출을 올렸음에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한 푼도 출연하지 않았다며 집중 비판한 바 있다.
제주농단협은 정부·제주도정 및 유통주체에 △수입 급증 및 시장 교란 시 가용 수단(특별긴급관세·세이프가드 등) 검토와 단계별 대응 매뉴얼 마련 △만감류 출하 시기 수급안정(시장격리 등) 및 산지 가격 급락 방지 대책 즉시 시행 △피해 발생 시 경영안정·피해보전 대책(정책자금·상환유예 등) 마련 및 신속 집행 체계 구축 △쿠팡 등 대형 유통 플랫폼의 국산 만감류 우선 판로 확대와 상생협약(취급원칙·프로모션 기준·투명성 강화) 추진 등을 요구했다.
제주농단협은 “정부·지자체·유통이 각자 책임을 회피하면 피해는 산지에 전가된다”며 “제주 감귤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 현장에서 실행될 때까지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필환 제주농단협회장은 “미국산 만다린 무관세 전환은 제주 만감류 농가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정부와 제주도는 즉시 실행 가능한 수급·피해보전 대책을 가동하고, 쿠팡 역시 수입 농축산물 유통 확대가 지역 농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 있는 상생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