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식품저널] “농산물 가격 올랐어도 농업인 미래는 더 어둡다”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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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강릉 고냉지 배추 재배 농장(사진=나명옥 기자)
* 농업인 경제심리 영역별 지수 및 종합지수 비교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 농업경영 항목별 지수 비교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KREI, 국내 최초 ‘농업인 경제심리지수’ 시범조사 결과 발표

2025년 4분기 종합지수 90.45…기준치 100 크게 밑돌아, 농심은 ‘한파’



식품저널 나명옥 기자 2026. 2. 11



기후 위기와 생산비 폭등이라는 이중고 속에 한국 농업인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여전히 싸늘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가격 상승과 온라인 유통 확대 등으로 매출 여건은 일부 개선된 듯 보이지만, 고질적인 생산비 부담과 기후 재난, 후계 인력 부재가 농가의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한두봉)은 11일 농업 분야 경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한 ‘농업인 경제심리지수(Farmer Economic Sentiment Index)’의 시범조사 결과를 ‘농정포커스 제234호’를 통해 발표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처럼 농업 현장의 체감 경기를 정기적으로 지수화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경연 연구팀(김상효·이소영·이기현·지정훈·임준혁)이 KREI 현지 통신원을 대상으로 2025년 3분기(863명)와 4분기(788명)에 걸쳐 조사한 결과, 농업인의 심리는 여전히 ‘부정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지수 100 미만은 ‘부정적’…4분기 90.45에 그쳐

농업인 경제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점(전년과 동일)으로 설정했다. 100을 초과하면 전년 대비 여건이 개선(긍정)됐다고 보는 농가가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악화(부정)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함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 농업인 경제심리지수(종합)는 2025년 3분기 89.12에서 4분기 90.45로 1.33포인트(p) 소폭 상승했다. 수확기 현금 유입 등의 계절적 요인으로 수치가 약간 개선됐으나, 여전히 기준치인 100에는 10포인트 가까이 미치지 못했다. 이는 농업인들이 체감하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전년보다 나빠졌거나, 적어도 회복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현재’에 대한 판단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더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전년 대비 현재 농업 여건을 묻는 판단 지수는 3분기 73.98에서 4분기 83.33으로 9.35p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향후 1년 뒤를 내다보는 ‘전망 지수’는 4분기 기준 79.84에 그쳤다. 이는 현재 여건 지수(83.33)보다 낮은 수치로, 농민들이 당장의 어려움은 견디고 있지만,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향후 12개월 전망에서 ‘매우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고작 1.25%에 불과했다.

김상효 연구위원은 “현재 농업 여건 판단 지수가 상승한 것도 상황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최악의 국면에서는 다소 벗어났다는 안도감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농업인 경제심리지수, 왜 필요한가?

그동안 농업 분야는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나 농업총조사 등 연 1회 혹은 5년 단위로 생산되는 사후 통계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급변,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농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지표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개발된 지수는 △농업경영 △농촌생활·활력 △기후·환경 △농정·정책 등 4대 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책 입안자들에게 현장의 ‘조기 경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출 늘면 뭐하나, 비용이 다 갉아먹는데”

가격·판매 지수는 ‘맑음’, 생산비·단가 지수는 ‘흐림’

수익성 개선 착시 현상...구조적 고비용 구조 고착화 우려


세부 영역별로 살펴보면 농업 현장의 딜레마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이나 판로 확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생산 비용과 단가에 대해서는 극도의 부담감을 호소했다.


▲ 가격·유통은 ‘선방’, 비용은 ‘쇼크’

2025년 4분기 기준 가격 지수(107.87)와 온라인 유통 지수(104.62)는 기준치 100을 상회했다. 이는 전년 대비 농축산물 판매 가격이 지지되고 있고, 온라인 판로 개척 등이 활발해지면서 매출 측면의 여건은 나쁘지 않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하지만 ‘버는 돈’이 늘어난 만큼 ‘나가는 돈’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비용 지수는 3분기 77.97, 4분기 77.73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생산단가 지수 역시 78.48에 불과했다. 지수가 100보다 한참 낮다는 것은 전년보다 투입 비용 부담이 훨씬 커졌다고 느끼는 농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3분기에는 낮은 판매가격과 높은 투입비용이 비슷한 수준의 어려움으로 꼽혔으나, 4분기에는 투입비용 부담이 더 크게 인식되면서 경영 애로의 중심축이 ‘가격’에서 ‘비용’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즉, 농산물 가격이 올라도 비료비, 사료비, 에너지 비용 등 생산비가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실질 소득 체감은 개선되지 않는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투자는 제자리, 소득 체감도 낮아

이러한 고비용 구조는 소득과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득 지수는 4분기에 91.51로 3분기(88.24)보다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선(100) 아래다. 투자 지수는 101.99로 턱걸이하며 긍정 신호를 보였으나, 상승 폭이 크지 않아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현상 유지 성격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사 계속 짓고 싶지만... 물려받을 사람 없다”

경영 지속 의향(127.3) vs 후계자 확보 지수(92.9)의 괴리

‘나까지만 하고 끝’…끊어지는 농업의 대(代)


이번 시범조사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농민들의 이중적인 태도다.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영농 의지는 강력했지만, 정작 그 뒤를 이을 사람은 없는 ‘단절의 위기’가 수치로 확인됐다.


▲ “가능한 오래 일하고 싶다” 45.5%

4분기 조사에 신설된 농업경영 지속성 지수는 127.3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45.55%가 “가능한 오래 계속하고 싶다”고 답했고, “당분간 계속하고 싶다”는 응답도 24.91%에 달했다. 합치면 70%가 넘는 농민들이 영농 유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반면 “빨리 그만두고 싶다”는 응답은 0.77%에 불과했다.

이는 농업이 생계 수단으로서 여전히 가치가 있거나, 고령화된 농촌 현실상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 10명 중 1명만 “확실한 후계자 있다”

그러나 후계자 확보 지수는 92.96으로 뚝 떨어졌다. 구체적인 응답 분포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확실히 이어받을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8.58%에 불과했다. “현재 후계자가 없으며 찾거나 육성할 계획도 없다”는 응답도 14.47%나 됐다. “아직 없지만 찾거나 육성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43.73%로 가장 많았지만, 이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기보다는 막연한 희망 사항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농경연 연구진은 “농업경영은 현재의 선택으로서 지속되고 있지만, 다음 세대로 이양에 대해서는 별개의 판단이 형성돼 있다”며, “이러한 인식의 분리가 농업 여건에 대한 전반적인 판단을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