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왼쪽)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통합 지방정부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제공
* 지난 8일 열린 진보당은 전종덕 국회의원 및 호남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과 함께 ‘500만 호남대통합’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종덕 국회의원 제공
양측 ‘통합 공동선언’ 후 유례없는 속도전 펼쳐져
“정치적 선언·요식적인 동의만으론 안 돼” 우려도
진보당, 전북권까지 아우를 ‘호남대통합’ 새 제안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2026. 1. 9
신년 벽두 혜성처럼 등장한 ‘통합 지방정부 추진 공동선언’ 이후 광주·전남 양 지자체가 통합을 목표로 숨 가쁜 행보에 나서고 있다. 통합이 ‘수도권 1극 체제 극복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라는 데 달리 이견은 보이지 않지만, 지방선거 전까지 짧은 시간 내 추진을 목표로 펼쳐지는 극한의 속도전에 이번 시도가 자칫 단순 행정통합에 그치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행정통합 추진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지난 2일 공동으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통합 지방정부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공식화됐다. 이후 양측은 곧바로 각각의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을 구성하고, 공동의 민관합동기구 ‘행정통합추진협의체’ 출범을 준비하는 한편 각 시·도의회와의 간담회, 광주전남 국회의원-대통령 간담회(9일)를 추진하는 등 단 일주일 새 숨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의 필수 과제는 통합의 법적 근거가 될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통과시키는 것과 지역의 동의를 구하는 일 두 가지가 꼽히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제대로 된 숙의의 과정과 구속력 있는 합의를 담보하기엔 촉박한 일정인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우려는 현직 단체장들과 함께 호남지역 지자체장 후보로 꼽히는 신정훈·민형배·주철현 의원 등이 불과 공동선언 직전까지만 해도 ‘2030년 통합’을 주장했던 것과 궤를 같이 하는데, 이들이 돌연 6일께 줄줄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현직 단체장들의 속도전에 함께 힘을 실었다. 청와대의 명확한 의중이 확인된 뒤에야 시동이 걸린 점과 더불어 본질적 목적에 정치적 셈법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에 충분한 지점이다.
아울러 지역의 동의를 구하는 데 있어 주민투표가 아닌 의회 의견 청취를 선택할 경우 시간과 비용의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정보공개 및 주민 의견 수용성 측면에서 비판의 요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합 추진을 위해선 양 지역 자치의회의 동의 의견 혹은 광주·전남 일대 주민투표를 통한 주민동의가 반드시 요구된다. 지방자치단체를 합칠 땐 「지방자치법」에 따라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법」에 따른 주민투표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강기정 시장은 본래 시간·비용 등 물리적 이유로 주민투표보다는 의회를 통해 동의를 얻겠다고 주장해왔으나, 최근 광주광역시의회조차 주민 의견 수용성 부족에 대한 우려를 보이자 7일 열린 광주전남행정통합 추진방향 정책토론회에서 “빠르게는 설 명절 전 가능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전라남도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은 “중차대한 사안에 시도지사의 합의와 요식적인 양 의회의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다. 더욱이 그간 행정통합에 대해 어떤 의지나 행동도 보여주지 않았던 시장과 도지사가 임기 말 마치 번갯불에 콩 볶듯 추진하는 것도 시도민들은 의아하다”며 “특히 강기정 시장은 광주전남연구원 분리, 광주 군공항 이전과 국가 데이터컴퓨팅센터 유치 실패 과정에서의 거친 발언과 행위를 볼 때 행정통합 반대론자였던 만큼 진정 행정통합을 앞장서 추진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진보당은 지난 8일 전종덕 국회의원·김재연 상임대표·진보당 호남지역 광역단체장 후보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마찬가지로 주민투표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함과 동시에 전북까지 아우르는 초광역통합을 이뤄야만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고 호남 전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호남대통합’ 제안은 광주·전남·전북을 아우르는 대통합, 지방분권 개헌, 반도체 및 피지컬 AI 벨트 구축이라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을 통해 호남번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수도권 집중화를 멈추기 위해 전국의 각 지방정부에 더 높은 수준의 입법·재정·조직 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자는 주장을 포함한다.
이들은 “통합은 주민주권 원칙 아래 농촌 우선, 지방자치 강화, 공공영역 확대의 3대 기준으로 정치적 선언이 아닌 주민투표를 통한 실질적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며 “통합된 지역 내외에서 또 다른 차별과 소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농촌과 농민에 대한 재원 투자, 지방자치, 공공영역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