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전문가의 눈] 농산물 수급, 장기저장 기술이 돌파구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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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눈] 농산물 수급, 장기저장 기술이 돌파구



손재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장 2025. 12. 8



우리나라 농산물은 계절적 생산 집중과 소비 수요의 불일치로 가격변동성이 큰 편이다. 특히 배추·사과·감귤 등 주요 품목은 수확할 때 공급물량이 확 몰렸다가 다른 시기엔 부족해 농가소득 안정과 소비자 지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비축사업과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중심의 저장, 출하 조절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그러나 기존 저온저장만으론 오랜 시간 보관이 어렵고 품질 저하, 손실률 증가 등의 문제가 뒤따랐다.

농산물은 수확과 동시에 ‘죽음의 시계’가 작동한다. 호흡, 수분 손실, 병해 발생 등으로 품질은 급격히 떨어지고 이는 곧 경제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농산물의 30%가량이 수확 후 단계에서 손실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

기체조절(CA) 저장은 저장고 내의 산소·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농산물의 호흡률과 대사활동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농산물의 노화를 방지해 신선도를 장기간 유지한다. 농산물을 신선한 상태로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시장 수급상황에 따라 분산출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례로 여름배추는 기후변화로 매년 극한의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8월말에서 9월 초중순까지 공급부족에 따라 배추가격이 널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봄에 수확한 배추를 CA 저장하면 신선한 상태로 3개월 이상 보관했다가 값 폭등기인 9월에 방출할 수 있어 ‘금배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수급 예측 모형까지 결합하면 기상·작황·소비성향 등에 따른 똑똑한 수급 시뮬레이션이 가능해 정부가 방출 시기·규모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농가로서도 수확기 공급 과다로 인한 값 폭락 현상을 없애고 안정된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수익구조 개선에 유리하다. 소비자는 품질과 가격변동성이 줄어 구매 만족도가 올라가고 우리농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된다. 국가적으론 비상시기나 수입 변동기에 대비한 전략적인 비축으로 식량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농산물의 저장 품질을 높임으로써 식품 손실을 줄이고, 스마트 제어 기반의 에너지 절감형 저장고를 운영함으로써 환경적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면서 농산물 수급 불안정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CA 저장기술은 이런 문제에 대응할 새로운 무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농민과 소비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유통시스템, 그 열쇠가 바로 첨단 저장기술 속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