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23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25 농업결산-축산] 마침내 ‘한우법’ 제정…낙농가, 소득 감소에 폐업도 늘어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유승현 기자 2025. 12. 21
한우산업엔 지난 2023년 지독한 불황이 찾아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산량은 ‘적정선’을 한참 벗어났고, 정세 불안 속에 사료가격과 환율이 요동쳤다. 거기에 정부는 이미 소고기 10만톤을 비롯한 엄청난 물량의 할당관세 농축산물을 들여오기로 한 상황이었다. 이에 한우산업의 아래를 받치고 있던 번식농가들이 크게 무너져 내려, 매년 평균 4000~5000호의 한우농장들이 문을 닫았다. 한우 농가 수는 지난 2022년 11월 약 8만8000호에서 지난 11월 기준 7만4000호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5년 가까이 8만9000호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던 점을 생각하면 이 파동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농가들은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주요 도구 중 하나로 ‘한우법’을 제시했다. 생산자조직인 전국한우협회는 한우 축종을 기존의 「축산법」이 아닌 개별법으로 다루며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 근거를 들고 오랜 시간 국회를 설득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개원과 동시에 발의가 이뤄졌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 대상에 들면서 폐기의 아픔을 겪었다. 그 원인이 법의 내용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있었던 만큼, 계엄·탄핵·대선으로 이어지는 올해 급변의 정국 속에서 상임위의 협조를 배경으로 법안은 다시금 큰 힘을 받았다. 마침내 지난 7월 3일, 여야 합의로 최종 조율된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한우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기에 이른다.
한우법은 번식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도입됐다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송아지생산안정제’의 구체적 기반을 포함했고, 도축·출하장려금의 근거도 새롭게 제시했다. 이에 또다시 강도 높은 수급 불안정이 도래했을 때 농가들 특히 소규모 한우농가의 버팀목 역할을 해낼 것이란 기대가 크다. 다만 세세한 시행내용은 이를 정의할 시행령·시행규칙에 달려있고, 통상적으로 이 과정에는 정부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만큼 기대와 함께 우려도 적지 않다.
내년 7월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하위법령 제정과정이 이제 막 반환점에 다다른 가운데, ‘한우의 정의’ 및 ‘기업의 한우생산업 참여 제한’ 등의 내용에서 정부(대기업 대상 제한)와 생산자(중기업 이상 제한) 간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업의 참여 제한 부분은 법안의 제정 과정에서도 긴 논란 끝에 수정의결을 피할 수 없었던 조항이기도 했는데, 2026년 상반기에는 이와 관련해 진통에 가까운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약속 불이행 속 빛 다 바랜 ‘용도별 차등가격제’ 취지
정부는 낙농업계와 오랜 갈등을 겪은 끝에 지난 2023년 ‘원유의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했다. 유업체가 수입산 대신 국산 원유를 더 많이 구매하도록 유도해 국산 유가공품 시장을 활성화하고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당시 원유생산량에 맞춰 음용유 195만톤과 가공유 10만톤의 가격을 달리 정해 2년마다 이를 조정하고, 가공유 배정량을 늘리는 한편 수급 상황에 맞춰 우유 가격을 정하게 할 새로운 장치도 마련했다. 지난해엔 유제품 자급률 48% 회복, 2022년 수준의 생산비 유지 두 가지 목표를 바탕으로 하는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3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도 당시 정부의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당시 정부는 국산원유 구매확대를 위해 연간 20만톤 규모의 가공유용 원유의 구매 지원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이를 위해 연간 700억원 수준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다루는 ‘국산 유제품 경쟁력 강화 지원’ 사업은 예산 증액 속도가 너무나 더딘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예산도 430억원 수준에 그쳤으며 연내 추가경정도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2026년 예산안 수립과정에서도 45억여원의 증액요구가 있었지만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낙농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6000~7000톤 수준이었던 국내 분유재고는 올해 2월부터 1만톤 이상의 매우 높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유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여름철 직전에는 1만3000톤까지 쌓이기도 했다. 구매지원이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우유 급식 감소 등 소비 부진까지 맞물리자 결국 유업계는 원유수급을 일방적으로 줄이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논란 끝에 거래 집유조합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계약량을 17% 감축한 데 이어 매일유업도 지난 11월 내년부터 30%의 계약량을 감축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여기에 제도 개편 일환으로 원유기본가격을 수급상황에 맞춰 조정하기로 못 박은 만큼, 향후 낙농 현장의 생산비가 오르더라도 농가가 그에 걸맞은 원유가격을 받을 여지가 줄어들 위험까지 있다.
제도를 개편하고자 했던 정부, 이를 따라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지지했던 유업계 모두 취지를 뒷받침하고 약속을 지킬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던 한 해였다. 실제 낙농가 소득 감소와 폐업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제도 개편의 실질적 결과가 ‘일방적 구조조정’에 가깝다는 점도 뚜렷해지고 있다.
# 합동방역대책위, ‘정책협의체’ 안착
주요 축종 가운데 한우·젖소·돼지를 소재로 지난 2024년부터 본격 운영된 ‘민관학합동방역대책위원회’가 올해도 꾸준한 운영과 토의를 바탕으로 방역정책을 개선하고 농가 참여도 신장하는 소기의 성과를 냈다. 양돈 분야에선 매년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면서도 발생상황 파악조차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소모성 질병 돼지유행성설사병(PED)과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을 대상으로 근본적인 정보 공유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감염경로 파악에 훨씬 용이하고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마커 백신’의 전면 도입 및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로 한 결정 역시 돼지열병 청정화를 최종 목표로 삼아 민·관이 합의한 결과다.
그야말로 ‘홍역’을 치렀던 첫 발병 당시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소 사육현장에서 럼피스킨 감염사례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매개곤충을 통해 전파된다는 특성에 맞춰 정부와 생산자단체가 함께 방제약품을 지원하고, 백신 접종 홍보에 나서는 등 협업이 이를 뒷받침했다. 아울러 한우협회는 방역대책위에서 현장중심 제언을 통해 위험도 기반 백신 접종 추진, 살처분 보상 체계 개선, 브루셀라 예찰 체계 개편 등의 제도 개선 성과를 이끌어냈다고도 설명했다. 정부가 방역대책위를 통해 올해 초 예고한 바도 있듯, ‘위험도 평가’를 갱신할만한 새로운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내년부터는 자율접종 방침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