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남해군 군민들이 올 2월 첫 지급되는 농어촌기본소득을 신청하고 있다. 남해군
전종덕 의원, 기자회견서 지적
전입자 실거주 증명 과정에서
과도한 서류 요구에 주민 불만
최종 지침 1월말께 확정 전망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6. 1. 26
#농어촌기본소득(이하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인 A군에 주소지를 둔 이모씨는 인근 B시 소재 대학에 재학하며 주중에는 B시에 머문다. 최근 A군에 기본소득을 신청하려 했더니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 동의서 등의 제출이 필요하다고 해서 당혹스러웠다.
#C시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7년 전 고향인 D군의 전입 독려에 온 가족 주소지를 D군으로 옮겼다. 세금도 D군에 내고, 투표도 D군에서 하는데 최근 기본소득 대상에선 제외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억울함을 느껴 주소지 재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2월 첫 지급을 앞두고 있지만 지급 대상이 되는 실거주 요건과 이를 확인할 방법 등이 지침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거주 확인에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 주민들은 과도한 서류 요구 등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비례대표)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지자체에서 기본소득 지급을 명분으로 인권 침해 수준의 색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을 이장과 공무원이 주민 일상을 과도하게 점검하거나 무리한 서류 제출을 요구하면서 지역사회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특히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 동의서 제출을 요구한 전북 순창 사례를 언급하며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순창군에 확인한 결과 통화내역 조회 동의서는 실거주 요건을 증빙하는 여러 서류 가운데 하나로 주택 매매·임대차 계약서, 거주사실 증명 사진 등으로도 대체할 수 있다.
이런 혼란이 불거진 데는 기본소득 지급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 사업지침이 확정되지 않은 탓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말 임시적 성격의 지침(안)을 각 지자체에 시달했는데 ‘사업 대상지 선정(2025년 10월20일) 이후 전입자에 대해 기본소득 신청일로부터 90일간 실거주 사실을 확인’하라고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활용할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예시로 주택 매매·임대차 계약서 등 서류 제출을 거론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실거주’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가령 인구감소지역에선 인구 확보를 위해 출향민 등을 대상으로 한 전입운동이 이뤄져 왔다. 이에 따라 주소지는 수년째 해당 지역에 뒀지만 실제 활동은 인근의 다른 지역에서 하는 이들이 상당수인데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마을 이장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실거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왕래 인구가 발견될 텐데 어느 선까지 실거주로 보고 지급할지를 확정 짓지 못했다”면서 “농식품부가 지침을 통해 명쾌히 규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거주 요건이 완화돼 지급 대상이 늘어날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지침(안)상, 사업 대상지 선정 당시 인구 추계치를 벗어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군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배제가 아니라 포용에 방점을 찍고 최대한 많은 분에게 혜택을 드리고 싶지만 국비·도비 없이 군비만으로는 여의치 않은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최종 지침은 1월말께 확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농식품부는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지방정부가 농어촌주민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등 주민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하겠다”면서 “또한 실거주 기준과 관련해서도 현장에서 오해가 없도록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등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