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 시 극한 강우 품질 붕괴…上품 70%→30% 급감
저장 재고 누적·소비 위축 무 시장 폭락...농가 울상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기자 2026. 1. 22
월동무 가격이 지난해와 견줘 반토막 났다. 산지와 유통 현장에서는 이번 가격 폭락을 단순한 공급 과잉이 아니라 기후위기가 촉발한 구조적 붕괴로 보고 있다. 극한 기상으로 월동무의 ‘품질’이 무너진 데다, 저장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구조와 소비 위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가격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업신문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KAMIS 자료를 가공해 가락시장 1월 평균 월동무 가격을 추산한 결과 지난해 1월(1~22일) 평균 20kg상자 기준 2만4533원에 거래되던 것이 올해 같은 기준 1만1795원으로 절반에 가깝게 쪼그라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제주 월동무는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10~15%가량 늘었다. 다만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이었다. 문제는 생산량이 아니라 품질이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9월 파종기 이후 집중호우와 지속된 습기로 뿌리 활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작은 무가 대량 발생하면서 상(上)품 비중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20kg 한 상자에 10개 내외가 들어가야 상품으로 취급되지만, 올해는 14~15개가 들어가는 중하품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품 비중은 지난해 약 70%에서 올해 30~40% 수준으로 급감했다.
품질 저하는 가격 하방 압력을 높였다. 일부 크고 균일한 상품은 희소성으로 가격을 유지했지만, 시장에 쏟아진 중하품이 평균 가격을 끌어내렸다. 이 사무총장은 “면적은 늘었지만 팔릴 만한 무는 오히려 줄었다”며 “작황은 작년보다 나쁘다”고 말했다.
수요 측 충격도 컸다. 여름부터 무 가격이 약세를 보이자 가공업체와 식자재 업체들이 대량 저장에 나선 것이다. 김치·쌈무 공장과 치킨 프랜차이즈 등 주요 소비처들이 가격이 쌀 때 물량을 선확보하면서 겨울 성수기에 시장 구매가 급감했다.
현장 체감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 성산읍에서 12만평 규모로 월동무를 재배하는 박일식 농업인은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비가 오고 안 오는 정도로 기상이 극단적으로 갈렸다”며 “같은 종자를 같은 날 심어도 결과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20여 년 농사 중 올해가 가장 힘들다”며 “생산비는 계속 오르는데 가격은 받쳐주지 못한다”고 했다.
농가들은 정부의 비축 물량 운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정부와 농협을 통해 수매·계약된 월동무가 상당량 저장돼 있는데, 가격이 반등할 조짐을 보일 경우 물가 관리 차원에서 방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망도 제한적이다. 설 수요와 가정 소비로 단기 반등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상품 위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도매시장 관계자는 “2월 이후 저장 물량이 소진되면 상품 가격은 소폭 오를 수 있다”면서도 “중하품이 많은 구조에서는 농가 소득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