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와 로봇을 활용한 쉽고 전문적인 농업 경영 환경 구축을 목표로 하는 ‘국가 농업AX플랫폼’ 사업 추진 계획이 발표되면서 현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혼재하고 있다.
AI와 로봇 활용…누구나 쉽고 전문적으로
농업 가능한 환경 만든다
스마트농업 광범위한 확산
생산성 증대·비용 절감 ‘기대’
고령·초보농 등 영세농 대상
플랫폼 확대 적용 계획 부재 ‘우려’
농업 지속가능성 확보·생산성 제고
R&D 30%는 기초원천기술에 투입돼야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을
농수축산신문 이문예 박세준 기자 2026. 3. 2
2022년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지피티(GPT)-3와 이를 응용한 AI 서비스 ‘챗 지피티(Chat GPT)’가 공개되고 자동차, 로봇, 기계 등 물리적 실체에 AI를 이식하는 ‘피지컬 AI’도 현실화되면서 노지, 시설원예, 축산 등 농업 전 분야에서도 AI전환(AX)이 도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4일 ‘국가 농업AX플랫폼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총 사업비 29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의 목표는 AI 데이터 기반 영농솔루션 플랫폼과 케이-인공지능(K-AI) 스마트팜 선도 모델 구축을 통한 농산업 AX 가속화와 글로벌 신시장 선점이다. AI와 로봇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전문적으로 농업을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농업AX플랫폼에 대해선 현장의 기대도 크지만 그에 못지 않게 우려도 크다.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총 사업비 2900억 원...민간 주도 추진
국가 농업AX플랫폼 사업은 민·관이 합작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추진하며 총 사업규모는 2900억 원 이상으로 정부 출자금은 최대 1400억 원이다. 지분율은 공공이 최대 49%, 민간은 최소 51%다. 민간 혁신성과 효율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적인 경영구조 구축을 위해 민간 지분이 더 높게 설정됐다.
구체적으로 재배업 분야에서는 △AI·로봇 파트너와 현장문제 해결형 농업서비스 제공 △수출 중심 고효율·저비용 지능형 AI 온실 구축 △피지컬 AI 활용 고강도·반복 농작업 최적·정밀관리 서비스 운영, 축산업 분야에서는 △노동력 감축·수익성 제고 위한 AI축산 서비스 제공 △AI축사 구축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 ‘퍼스트펭귄’으로서 AI농업 확산에 기여 기대
농업 분야에 최적화된 AI 영농솔루션을 개발·보급하고 글로벌 신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큰 틀의 농업AX플랫폼 방향성에 대해선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시각이다. 당장 스마트농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 있는 농가나 대기업 등이 지자체와 협력해 선도적으로 시장을 형성하면 향후 자연스럽게 소규모 농가와 작은 기업에까지 그 결과물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서다.
박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번 농업AX플랫폼이 결과적으로 스마트농업의 광범위한 확산을 위한 의미 있는 바탕 다지기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는 농림축산식품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농촌진흥청 등의 ‘스마트팜다부처패키지혁신기술개발사업’ 과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제어플랫폼을 개발해 기술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 연구원은 “정부가 스마트농업에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고 관련 기술들을 개발했다고는 하지만 개별 농가 단위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것들이 없으니 사업 자체에 의구심을 갖는 농업인들이 많다”면서도 “현재 3·4세대 스마트농업에 대한 연구개발(R&D)에 최소 4~5년, 상용화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10~20년 후에는 많은 농가에서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AX플랫폼이 대규모 농가와 기업들에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도 소규모 농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이번 플랫폼 성과를 바탕으로 소규모의 의사결정·자율제어가 가능한 플랫폼의 개발·확산도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업 관련 AI 기술 개발업체인 A사의 대표는 “스마트농업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돼야 농업인들도 자신의 농장에 적용할 생각을 할텐데 이번 사업이 그런 ‘퍼스트 펭귄’의 역할로서 필요하다고 본다”며 “3·4세대 스마트팜 모델 구축 과정에서 얻어지는 완결성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소 규모의 농장에서 쓸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구축하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 중소농가와 농산업체 소외·근본적 사업 설계 우려도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농업AX플랫폼 사업이 최적의 AI 영농솔루션을 제공해 고령농과 초보농도 전문적으로 농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고령농·초보농 등 주로 영세한 농가들에게 어떻게 플랫폼을 확대 적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사업구조상 민간에선 자본력이 있는 대규모 농가와 대기업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그 외 대다수 농가들에 대한 소외 문제를 해결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농기업 B사 대표는 “스마트팜을 경쟁력 있게 만들어 스마트농기자재를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 우리 농정의 목표가 될 순 있지만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한 전략적 목표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농업AX플랫폼 사업에는 1년에 700억 원의 국비 지원이 이뤄지는 반면 대다수 청년농이나 중소농에게 유용할 수 있는 ‘중소농 맞춤형 스마트팜’ 모델 보급·개발 사업은 올해 국비 21억 원 규모로 목표의 중요성에 반해 국비 지원의 불균형이 너무 크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스마트농기업 C사 관계자는 “스마트팜혁신밸리 실증단지가 있지만 가용 공간뿐 아니라 실증 장비 수준 등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농업AX플랫폼 단지가 생기면 공동연구가 가능해지는 등 좋은 점이 많겠지만 한국농어촌공사가 설계하고 지었던 혁신밸리와 달리 민간기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농업AX플랫폼에 우리 같은 작은 업체는 사업은 물론 추후에도 참여하기 힘들 수 있다”고 염려했다.
나아가 그는 “수백억 원의 출자금을 낼 수 있는 농산업체가 없는 상황이라 대기업이 앞장만 서준다면 다들 참여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사업 참여를 위해선 SPC를 설립해야 해 대기업이 이를 주도해야 하고 SPC 내의 인사, 지분 문제 등 보통의 농산업체로서는 접근하기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어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농업 AX의 전제조건이 되는 농업 빅데이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업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스마트농기자재 D사 대표는 “농업의 AX는 빅데이터 축적과 이를 학습한 결과로서 이뤄지기 때문에 결국 AI가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똑같은 형태의 온실에서 똑같이 제어해도 지역마다 다른 환경 때문에 똑같은 결과값이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거대한 하나의 온실보다는 작더라도 다양한 지역에 온실을 설치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전국의 1만ha에 가까운 첨단 온실의 데이터를 하나로 집결해 자연환경, 자재 종류, 온실 유형 등 구체적이고 세밀한 환경 데이터 아래 생육 데이터를 끌어들이는 것부터 시작하거나 앞으로 보급할 최첨단 표준 온실을 지역별로 여러 동 지어서 유효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상황별로 분석·학습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먼저 수집해야 비로소 AX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 꾸준한 기초원천기술 투자 병행 필요
장기적 안목에서 경각심을 갖고 기초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수현 책임연구원은 “보통 3년 단위의 R&D 과제로 진행되다보니 대다수가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편성되고 식물과 토양, 기후변화 등에 대한 기초원천 기술 투자는 미흡한 실정”이라며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전체 R&D의 30%는 기초원천 기술에 투입돼야 하지만 오히려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기초원천 기술 투자 확대와 부처간 협업 과제 추진을 통한 기술 고도화를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과기부는 기초원천 기술 개발, 농식품부나 농진청은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제품 중심의 기술 개발 등 각자의 영역에서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하며 협업을 통해 스마트농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