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산업 발전 심포지엄서 “제도 한계” 제기
단기 성과 중심 R&D, 장기 육종 현실과 괴리
디지털 전환·기후 대응, 제도 뒷받침은 부족
검역·기술이전·품종보호, 관리에서 육성으로
농업인신문 박정완 기자 2025. 12. 19
우리나라 식물 종자산업에 미래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육종연구는 뒤로한 채 단기 매출액만 평가해 사업규모를 따진다는 지적이다.
장기 연구가 필수적인 육종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R&D 제도, 경직된 규제와 검역 체계, 현장과 괴리된 종자 관련 법규가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한용 세종대학교 바이오산업자원공학과 교수는 “종자산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이 아닌데도, 제도는 여전히 단기 성과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법과 제도가 산업의 시간표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난 11일, 서울대학교 상산수리과학관에서 열린 ‘2025 한국종자연구회 심포지엄’에서 제기됐다. ‘우리나라 종자산업 발전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박 교수는 종자산업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짚으며, 법·제도 개선 없이는 산업 도약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종자산업을 단순한 농업 보조 산업이 아닌, 기후위기 대응과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점이 심포지엄의 핵심 메시지로 제시됐다.
현재 종자산업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는 R&D 투자 및 평가 체계의 왜곡이 꼽힌다. 종자 육종은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 산업임에도, 현행 제도는 단기 성과와 매출액 중심 평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연구 과제가 일부 기업에 집중되고, 중소 종묘회사와 민간 육종가의 참여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종자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장기(5년 이상) R&D 투자 의무화를 통해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육종 성과 역시 매출이 아닌 실질적인 육종 능력과 기술 축적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디지털 육종과 기후위기 대응 역시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중소 종묘회사와 민간 육종가들은 스마트팜 온실 도입과 디지털 육종 플랫폼 전환 과정에서 비용과 인프라 측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 차원의 육종 데이터 표준과 통합 플랫폼 역시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대상 스마트팜 온실 지원, 저비용 디지털 육종 플랫폼 개발·보급, 범국가적 육종 데이터 표준화 협의체 구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대비한 내재해성 품종 개발 R&D를 확대하고, 전통 육종 연구에 대해서도 장기 연구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검역 제도 역시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병해충 발견 시 일괄 불합격 처리되는 현행 체계는 소독으로 해결 가능한 경우에도 통관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전 현지 검역 제도 도입, 통관 기준 완화, 불합격 종자의 제3국 수출 허용 등 보다 유연한 검역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아울러 국립종자원 등 국가기관이 보유한 종자 품질·처리 기초기술을 민간에 의무적으로 공유하는 제도, 지자체 육성 품종의 기술이전 절차를 표준화하고 비협조 시 제재를 도입하는 방안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분자마커 활용의 법적 근거 마련과 품종보호권 강화 역시 종자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 과제로 꼽힌다.
박한용 교수는 “종자산업은 R&D·인력·기술·유통·수출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종합 산업인 만큼, 단편적인 지원이 아니라 법·제도 전반을 산업 육성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장기 연구가 가능한 제도, 현장에 맞는 규제,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질 때 종자산업은 비로소 국가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