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빈번해진 농업재해…읍·면 공무원 “1인 현장조사 버겁다”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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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로 농업재해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과 인력 부족이 맞물려 신속하고 정확한 피해조사가 어려워,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벼 깨씨무늬병이 발생한 전남의 한 논.




벼 깨씨무늬병 피해 입증 난항

농가·공무원 혼선 잇따라 발생

인력·전문성 부족 구조적 한계도

전문인력 확충 등 개선안 검토를



농민신문 이시내 기자 2025. 11. 6



기후변화로 농업재해가 일상화하면서 일선 공무원들이 과중한 업무량과 민원 스트레스로 고충을 겪고 있다. 재해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현장조사 난도는 높아졌지만, 전문성과 인력 부족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피해 조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재해대책 업무편람’에 따르면 재해가 발생하면 읍·면·동에서 피해 신고를 접수받아 현장조사를 하고, 이후 시·군·구와 도청의 2차 검증을 거쳐 재난지원금이 확정된다. 문제는 읍·면에서 농업재해 업무를 담당하는 현장조사 직원이 대부분 1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A지방자치단체 담당자는 “올초 구제역부터 여름철 극한호우, 가을장마까지 재해가 일상화되면서 현장 공무원들은 기존 업무에 더해 추가 업무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벼멸구가 극심했던 지난해 수확철에도 며칠간 야근을 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같은 현장 고충은 벼 깨씨무늬병 피해 조사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벼멸구 피해 때와 달리 단순 피해율이 아닌 ‘수확량 30% 이상 감소’ 등의 객관적 증빙을 요구하면서 현장 업무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읍·면 공무원들은 농가에 까다로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피해 입증이 어려워진 농가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B지자체 담당자는 “전체 벼 수확량은 알아도 필지별(지번별) 수확량까지 파악하긴 어렵고, 출하된 나락이 병해 피해곡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며 “증빙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보니 농가들의 민원이 하루에도 수십통씩 빗발치는데, 그 비난이 현장 공무원들에게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부 지침도 부족해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C지자체 담당자는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현장 조사 결과를 입력하면서 필지별로 사진을 올려야 하는데, 재해 인정이 수확 시기에 이뤄져 신고 접수 후 현장에 가보니 이미 작업이 끝난 상태였다”며 “사진 없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지침도 없고 상의할 곳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 대부분이 농업 지식이 없는 행정직이다보니 전문성 부족 문제도 불거진다.

D지자체 담당자도 “태풍으로 인한 쓰러짐(도복)이나 침수 피해는 전문지식 없이도 확인할 수 있지만, 벼멸구나 벼 깨씨무늬병 같은 병충해는 심각성을 ‘판단’해야 하는 일이라 일선 공무원에게는 버겁다”며 “담당자도 순환보직으로 자주 바뀌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지자체 담당자는 “벼와 보리도 구분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면적을 산출하다보니 농가들이 결과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며 “현장 조사를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피해 조사와 확정 속도도 더디다. 전남도에 따르면 3일 기준 피해 신고 접수면적은 2만4900㏊가량이지만, 피해 확정면적은 376㏊에 불과하다. 일부 농가는 피해 보상 신청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무진 전남 해남군농민회장은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비현실적인 기준 탓에 피해 당사자인 농민과 아무런 권한이 없는 읍·면 공무원만 고통을 겪고 있다”며 “많은 농가가 피해 신청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재해업무 전담인력을 채용하거나 전문기관에 위탁해 조사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양한 재해가 발생함에 따라 농업재해 조사 난도가 높아졌는데, 이를 읍·면 공무원의 육안조사에만 맡기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일정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을 활용하고, 단기적으로는 정보기술(IT) 활용과 조사 항목을 단순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