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서 개선 목소리
“기간 등 제한으로 쓸 곳 없어”
지속성 위한 평가 지표도 강조
농촌 인구 유입 효과 얻으려면
장단기적 효과 나눠 입증해야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6. 1. 18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기대와 함께 현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면 단위로 묶인 사용 범위, 효과를 확인할 평가 지표의 부재 등 보완이 필요한 쟁점들이 드러나면서다.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범사업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복지연구원은 15일 ‘새 정부 농어촌기본소득제의 추진 현황과 과제’ 세미나를 열고 초기부터 제기된 쟁점을 중심으로 제도 보완 방향을 논의했다.
사용처 제한 문제가 우선 선결과제로 언급된다. 박대식 농촌복지연구원장은 “면 단위 사용 제한과 사용 기한 때문에 쓸 곳이 없다는 현장 불만이 크다”며 “초기에는 읍지역까지 한시적으로 사용 범위를 넓힌 뒤, 제도가 안정되면 다시 통제하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연구위원은 “소비가 읍에 집중된 상황에서 무작정 사용처를 넓히면 효과가 왜곡될 수 있다”며 “면 단위 지역에서는 농협에서 사용을 허용하되, 사회적 기업이나 농협이 이동 슈퍼 등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도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평가 지표 마련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서 농어촌기본소득 본사업의 전제 조건으로 ‘정책 성과를 다차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합리적 성과지표’를 제시했다. 인구 유출 억제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공동체 유지 등 다양한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시범사업 효과를 검토할 평가 체계 마련 작업에 들어갔다. 시범사업 지역 10개 군을 대상으로 분석하는 ‘NRC 농촌 기본사회 연구단’이 지난해 12월 출범했으며, 조사·경제·사회·자치 4개 분과가 평가 지표를 사전 구성하고 기본소득의 영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새 지표가 인구 증감 중심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범사업의 인구 유입 효과가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변 읍·면의 인구만 흡수하는 ‘제로섬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 제기도 뒤따른다. 최경환 농촌복지연구원 이사는 “절대 인구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제도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질적인 지표 마련이 과제로 떠오른다. 오내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장기적 효과를 나눠 제도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며 “현재 지급 기간과 액수로는 인적 자본 투자나 기존의 노동을 줄이고 원하는 활동을 선택하는 변화까지 보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그 돈을 어디에 투자하는지, 변화의 실마리가 보이는지를 작은 사례라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유사하게 농촌 주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한 케냐에서도, 수혜자들이 임금 노동에서 자영업이나 창업으로 노동 형태를 전환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기업수가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