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현장 물 부족 문제 심화
기후·작물 재배방식 변하면서
벼 중심 물관리로 대응 어려워
시설 개선·농지 정비 등 시급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6. 1. 18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세계적인 물 부족 심화로 농업부문의 물 이용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담수 취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이 물 감소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국내 농업현장에서도 작물 전환이 늘고 있지만 물관리는 여전히 벼 중심에 머물러 있어 농지·수로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FAO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1인당 재생가능 담수 자원량은 2022년 기준 5326㎥로, 2015년(5719㎥) 대비 6.9% 감소했다.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 영향이 맞물리며 1인당 기준 가용 수자원이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해 전세계 담수 취수량의 72%는 농업용수로 사용됐고, 물 이용 효율성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물 스트레스는 18%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 농업현장에서도 물 부족 문제가 점차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됐던 강원 강릉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릉의 주요 용수원인 오봉저수지는 저수율이 10%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한때 농업용수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현장에선 기후변화와 작물 재배방식 변화가 겹치면서 기존 물관리 체계가 농사 여건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윤관호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장에선 여전히 벼를 기준으로 물관리가 이뤄지고 있는데, 정부가 타작물 재배를 권장하면서 물관리 체계를 둘러싼 혼란이 생기고 있다”며 “논콩은 9월께 물을 더 주면 생산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정작 이 시기에 용수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흠 전북 부안 하서미래영농조합법인 상임이사는 “농민들이 밀·콩·벼·가루쌀 등 작목을 수요에 맞춰 전환하려면 물을 필요할 때 가두고 또 빼낼 수 있는 농지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며 “현재 용·배수로와 물꼬, 논두렁 수준으로는 물이 새거나 부족해지는 등 기본적인 물관리부터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선 체계적인 물관리가 가능하도록 시설 개선과 농지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유 상임이사는 “플라스틱 재질의 개량 물꼬를 보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물꼬를) 충분히 열고 닫을 수 있도록 구조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며 “논두렁과 배수로를 옹벽 형태로 정비해 필요할 때 물꼬를 확실히 폐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요 평야지역을 중심으로 몇곳이라도 시범사업을 추진해 실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인 농지 운영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론 일본처럼 관수로 중심 물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개방형 저수지와 수로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에선 농지면적이 줄어들어도 용수 사용량이 비례해 감소하지 않는다”며 “끝단까지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려면 동일한 물량을 계속 보내야 하고, 품종 다양화로 용수 공급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구조적 한계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론 일본과 같은 관수로 체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토지개량사업을 통해 관개수로의 파이프라인화를 추진해왔으며, 이렇게 조성한 관개 지구를 중심으로 필지 단위 급수 조절과 원격·자동 제어를 결합한 정밀 물관리 기술을 도입·실증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관수로와 원격제어를 활용해 물 이용 방식을 조합한 지역에선 무효 방류가 줄어들면서 전체 용수 사용량이 절감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또 말단 농지까지 파이프라인 정비가 완료된 지역은 물 공급이 더 안정적으로 이뤄지면서 기온 영향이 완화돼 1등미 비율과 정립률·등숙률이 개수로 중심 지역보다 높은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