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전북 김제 한 들녘에서 농민들이 겉보리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안정적 보리 생산·수급, 정책 지원 필요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6. 1. 2
불안불안한 국산 보리 수급…재배면적 지속 감소세
국산 보리 수급 상황이 불안정하다. 보리 재배면적이 지속해서 줄고 있고, 이상기후로 작황마저 들쑥날쑥해 가격도 급등락하는데 재배를 늘리기 위한 정책적 동력도 마땅치 않다.
이에 국산 보리를 가공 원료로 쓰는 주요 업체들과 수매처인 농협경제지주, 농정당국 및 관계기관(농림축산식품부·국립종자원·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수급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2012년 정부가 보리 수매를 중단하면서 재배면적은 줄기 시작했다. 정부 수매 시기엔 재배면적이 10만ha 이상이었으나 그 뒤 계속 줄어 2018~2019년 4만여ha, 2021~2025년엔 2만여ha대로 내려앉았다(도표 참조). 지난해 12월 4일 국산 보리를 원료로 쓰는 가공·유통업체(동서식품·팔도·CJ제일제당 등 15개 업체)들과 수급 안정화 방안을 논의(간담회)한 국립식량과학원(식량원)에 따르면, 현재 보리 재배면적은 ‘마지노선’에 가깝다.
산업체 연간 보리 수요량은 연간 12~13만톤(추정치)이나 생산량은 2022년 이후 감소해 9만여톤대다(2024년엔 7만톤). 업체 수요량을 맞추려면 재배면적이 적어도 3만~3만5000ha(평년작 단수 1a당 400kg 기준)는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 추세로는 그에 미치지 못해서다.
식량원 맥류작물과 담당자는 재배 면적 감소 이유를 “객관적으론 정부 보리 수매 중단이 가장 큰 요인이고, 현재 농식품부 정책에서 보리가 많이 소외된 것도 문제다. 같은 동계작물인 밀은 「밀산업육성법」과 직불금 등 적극적 지원이 이뤄지나 보리는 그렇지 못하다”라며 “정부 수매마저 끊기다 보니 업체 계약재배를 하지 않는 이상 농가가 직접 수매처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고 보리 재배로 얻는 소득도 많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재배 확대를 위한 유인은 적지만, 현재 국산 보리에 대한 업계 수요는 안정적인 편이다. 즉 고정 수요가 있어 수급만 원활하면 되는데, 재배면적이 안정적으로 받쳐주질 못하는 셈이다. 아울러 2022년부터 생산량이 지속 감소하면서 재고 물량까지 모두 소진된 상태다. 최근 2년 동안은 11월 파종기 잦은 비 등 기후까지 작황에 영향을 미쳐 안정적 보리 생산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아직까진 대부분 업체가 수입 보리보다 비싸도 국산 보리를 선호한다. 한국은 보리 식용에 관한 연구 수준이 국제적으로 높고, 국산 품종이 가공 적성도 뛰어나 식량자급 차원에서는 물론 보리 생산 기반을 지켜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국제적으로 보리는 사료용 70%, 맥주용 25%, 식용 5%로 소비된다. 외국은 우리처럼 보리를 식용으론 거의 쓰지 않아 식용 보리 연구 수준도 미미하다. 우리는 밥·엿기름·식혜·보리차 등 다양하게 보리를 먹기 때문에 맥주용을 빼곤 국산 품종이 가공 적성에 가장 부합하고 우리 작기에도 맞다.” 식량원 담당자의 설명이다.
이에 지난 간담회에서도 국산 보리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는 중지가 모였다. 아울러 자칫 현재의 마지노선까지 무너지면 보리의 수입 의존도가 더 높아질 우려도 있다.
농협경제지주 양곡부는 2025년엔 보리 가격이 크게 올랐고, 11월 파종기에 비가 적게 내려 보리 파종 농가가 늘어나, 작황 부진만 없다면 2026년 보리 생산량이 최소 10~20% 정도는 늘어날 것으로 본다. 과잉 생산 우려도 다소 있으나, 현재 재고가 바닥난 상태라 한 해 정도 과잉 생산된다 해도 업체들이 재고 확보에 나설 것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건은 현재 수요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농가의 생산을 뒷받침하는 공급 가격을 지지하는 것이다.
농협 양곡부는 “보리 주정용 가격을 밀보다 조금 높은 4만원(40kg당)까지 올렸다. 물론 농가엔 이모작 전략직불금이 나오는 밀 재배가 좀 더 낫겠고, 2025년 가격에 비하면 수매가가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농가들을 보리 재배에 유인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라며 “작기 차이로 이모작에선 밀보단 보리가 낫다는 농가들도 있고, 수요처도 국산 보리를 쓰려는 의지가 강하므로 필요한 물량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수요처 유지·발굴은 보리 농가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데 필수 요소다. 농협 양곡부는 “수요처가 많아지면 자연히 재배면적이 늘어날 것이므로 먼저 수요처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농가도 적정 가격과 생산비 등을 보장받도록 지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년 보리를 재배하는 농민 조경희(전북 김제)씨는 “정부 수매에서 농협 수매로 바뀐 뒤엔 잘해야 40kg당 3만원대 초반이었으나 올해(2025년)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농협이 수매하는 겉보리는 40kg당 6만5000원, 농협이 수매하지 않는 쌀보리는 민간업체에 8만5000~9만원에 팔았다”라며 “그러나 농가로선 가격이 많이 오르는 것보단 적정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게 낫다. 매년 가격이 급등락하면 기대와 실망만 커지고, 안정적 재배도 어렵다”고 전했다.
“우리가 보리를 다양하게 가공해 먹는 만큼 정부 식량정책에 보리도 적극 반영하고, 가격 급등락이 없도록 안정화해서 어느 정도의 생산량만큼은 유지해야 한다. 특히 수입 보리 소비가 확대하지 않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농민 조경희씨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