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남재철 칼럼] 기후위기 대응, 데이터와 AI가 답이다
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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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 칼럼] 기후위기 대응, 데이터와 AI가 답이다



남재철 전 기상청장·서울대 특임교수 2026. 1. 7



지난해 우리 농업은 기후위기가 더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현재의 현실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봄철 저온과 서리 피해에서 시작해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집중호우, 가을엔 늦더위와 가을장마로 병충해가 극성을 부렸다. 연중 이어진 농업기상 재해는 더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농업생산과 경영 전반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제 농업정책은 과거의 ‘평균적인 기후’를 전제로 한 대응에서 벗어나 변동성·극단성을 전제로 한 체계적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핵심 수단이 바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데이터 기반 농업기후 대응체계다.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은 더이상 경험과 감각만으로 유지될 수 없으며 과학적 예측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농촌진흥청은 AI를 기후위기 대응과 농업혁신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하며 기상·토양·생육·병해충 등 복합 데이터를 AI로 통합 분석해 농업현장의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한다. 이는 현 정부가 ‘AI 정부’라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선택이지만 AI를 도입하면 모든 정책이 자동으로 성과를 낼 것이라는 인식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 AI는 만능 해법이 아닌 도구이며, 농업 AI가 현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기술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공공 기반을 우선 갖춰야 한다.

먼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는 농업·기후 AI의 기반이다. 작물생육 예측, 기상·수문 결합 모델, 병해충 조기경보시스템은 방대한 계산을 요구한다. 이런 연산자원을 국가 차원의 공공 슈퍼컴퓨터와 클라우드 기반 AI 인프라를 농업·기후 분야에 전략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둘째, 데이터는 AI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농업기후 분야 데이터는 기상관측, 토양 정보, 수자원, 작황 통계, 재해 피해 이력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현재 많은 데이터가 기관별로 분절되어 있거나 표준이 달라 AI 학습에 활용하기 어렵다. 공공정책의 역할은 데이터를 단순히 축적하는 데서 더 나아가 표준화·품질관리·연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AI 분석을 수행하는 데이터센터와 관측 장비, 스마트농업 시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전제로 한다. 반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AI가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늘린다면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농업·기후 AI 전략은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공급, 에너지 효율형 데이터센터, 농촌 분산형 전력시스템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은 농업 AI를 정책과 현장으로 잇는 결정적 고리다. 아무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도 이를 설계·운영하고 결과를 해석할 인력이 없다면 AI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기후와 농업을 이해하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중심이 된 데이터 해석 역량을 갖춘 공공인력, 현장과 소통하는 기술·기획 역량이 함께 뒷받침될 때 농업 AI는 비로소 실효성을 갖는다.

기후위기는 한국 농업의 중대한 도전이지만 동시에 전환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농업은 경험에 의존하던 농업에서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과학적 농정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농업이 흔들리면 식량안보와 농촌공동체, 국가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흔들린다. AI를 활용한 농업기후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공공기반 위에서 추진돼야 할 국가전략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