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경영체 등록 말소를 통보받은 김우성씨가 허탈한 마음으로 마른 고추를 들여다보고 있다.
1,000㎡ 이상 경작 또는 농산물 연간 판매액 120만원 이상 증빙해야
소규모·고령 농가 객관적인 판매액 증빙 자료 제출 어려워
기준 변경 모르는 농가 많아 탈락 이어질 듯
농민신문 길다래 기자 2026. 2. 20
“지금도 농사짓고 있는데, 농업경영체 갱신이 거절됐어요.”
경기 김포시 고촌면에서 335㎡(101평) 규모 시설하우스에서 고추와 오이를 재배하는 김우성씨(72)는 최근 농업경영체 등록 기간 만료를 앞두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에 갱신을 신청했다가 ‘요건 미충족으로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농업경영체 등록은 2024년 10월부터 시행된 ‘농업경영정보 등록기준의 세부 내용 및 운용 규정 고시’에 따라 세부 기준이 명문화돼 운영되고 있다. 경영주로 등록하려면 농지를 1,000㎡(302평) 이상 경작해야 하며, 면적이 이에 못 미치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의 연간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이라는 사실을 객관적 자료로 증빙해야 등록 또는 갱신할 수 있다.
김씨의 시설하우스 면적은 1,000㎡가 되지 않아 연간 농산물 판매액 120만원 이상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해야 했지만, 관련 서류를 갖추지 못해 등록 말소 안내를 받았다.
김씨는 “그전에는 판매액 증빙을 요구받은 적이 없었다”며 “우리 같은 고령농이 농사를 지어 얼마나 돈을 벌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가족·친지·이웃과 건강한 농산물을 나눠 먹는 재미에 힘들어도 농사를 지어왔고, 일부는 식당에 팔기도 했지만 금액이 적고 현금 거래여서 증빙이 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소규모 농가의 경우 가족이나 이웃과 나누는 자가소비 비중이 크고, 판매도 소액 현금 거래가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전자계산서나 거래명세서 같은 객관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남기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령 농민에게는 거래 기록을 관리하는 일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씨는 “등록 기준이 바뀌었다는 안내도 받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왔는데 이렇게 말소된다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농관원은 홈페이지 공지와 보도자료 배포, 관련 공문 우편 발송, 농업인 실용 교육 등을 통해 변경된 등록 기준을 충분히 안내해왔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변경 사항을 알지 못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고촌면에서 330㎡(99평) 규모의 버섯 재배사를 운영하는 A씨 역시 “‘판매액 120만원 증빙’ 기준을 알지 못해 따로 자료를 준비하지 못했다”며 “갱신 시기가 돌아오면 문제가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업경영체 등록 정보는 공익직불금과 면세유 등 각종 농업 보조사업 신청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등록이 유지되지 않으면 일부 지원사업에서도 탈락하거나 제한될 수 있어 영세한 소규모 고령농이 지원의 사각지대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관원 관계자는 “현장에는 다양한 사례가 있고, 농업경영체 등록은 고시에 따라 기준을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며 “농가에서도 변경된 내용을 확인하고 필요한 자료를 미리 준비해 신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업경영체 갱신은 3년 주기로 이뤄진다. 2024년 10월 고시가 제정된 이후 첫 갱신 시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하고 있어 당분간 등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는 사례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는 등록 관리가 이전보다 엄격해진 만큼 자가소비 비중이 높고 거래 규모가 크지 않은 소규모·고령 농가의 현실을 고려한 운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