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 농업 사업자등록 장려 정책 필요하다
202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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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마당] 농업 사업자등록 장려 정책 필요하다


낮은 진입장벽…‘누구나 할 수 있다’ 인식

조세부담 우려 있지만 사실상 보호 수단

가장 중요한 건 과세 아닌 소득 공적 증명



단국대 김태연 교수 2026. 1. 9



“은퇴하고 농사나 지으려고 한다.”

도시에서 정년퇴직한 직장인들이 은퇴 이후의 뚜렷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 때 흔히 하던 말이다. 요즘은 농사도 결코 쉽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소 낡은 표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텃밭 농사를 짓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농사는 약간의 기술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치킨집이나 피자가게를 열기 위해서는 점포 임대와 매장 관리뿐 아니라, 사업자등록과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고 매출 신고와 세금 납부 의무도 따른다. 평생 직장생활만 해 온 사람들에게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반면 농업은 다르다. 농촌으로 내려가 일정 면적의 농지를 구입하거나 임차하기만 하면 곧바로 농업인이 될 수 있다. 겸업이든 전업이든 별다른 진입 규제도 없고, 도시에서 연금이나 금융소득을 얻으면서 농사를 짓는 것도 제도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 농업경영체로 등록하면 각종 농업 보조금과 지원사업의 대상이 된다. 지나치게 진입이 쉬운 구조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농업의 현실이다.

“대통령도 겸업으로 할 수 있는 산업이 농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농업의 진입장벽은 지나치게 낮다. 그러나 농업이 단순한 생활활동이 아니라 산업으로서 발전하고, 국가 경제와 국민의 먹거리 공급을 책임지는 경제 주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제도적 기준이 필요하다. 다른 산업에는 존재하지만 농업에만 없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가 바로 사업자등록이다. 어떤 사업을 하든 사업자등록을 하고, 자신이 수행하는 업종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농업만 이 절차에서 예외로 남아 있다. 그 결과 농업은 여전히 ‘아무나 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농업인에게도 사업자등록을 장려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이 논의가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우려는 조세 부담이다. “사업자등록을 하면 결국 세금을 더 내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농업소득 구조와 세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인식이다. 사업자등록은 세금을 늘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농업인을 제도 안으로 편입시켜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160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사업자등록과 과세는 동일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소득 세제는 광범위한 비과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곡물 등 식량작물 재배업 소득은 전면 비과세이며, 채소·과수·화훼·특용작물 등도 연간 수입금액이 10억 원을 초과해야 과세 대상이 된다. 축산업 역시 일정 사육 규모 이하의 농가는 비과세다. 실제로 관련 연구에 따르면 농업인의 약 95% 내외는 과세체계에 편입되더라도 추가적인 소득세 부담이 발생하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즉, 사업자등록이 곧바로 대다수 농민의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그럼에도 ‘세금이 늘어난다’는 인식이 강한 이유는 오랫동안 농업이 소득세 체계 밖에 머물러 왔기 때문이다. 신고 의무도, 신고 경험도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막연한 불안이 누적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이러니했다. 소득이 공식적으로 증명되지 않다 보니 농업인은 근로·자녀장려금, 재난지원금, 금융대출, 정책자금 지원 등 다양한 제도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되어 왔다. 세금을 내지 않아서 보호받은 것이 아니라, 소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권리에서 제외되어 온 셈이다.

사업자등록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과세가 아니라 소득의 공적 증명이다. 등록과 함께 수입과 지출이 기록되면 농업인은 비로소 국가 정책의 정상적인 대상이 된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신속한 재난지원이 가능해지고, 소득을 기준으로 한 복지 정책에도 접근할 수 있다. 실제로 소득 요건만 충족한다면 상당수 농가가 근로·자녀장려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세금 부담이 아니라 명백한 소득 이전 효과다.

또한 사업자등록은 농업인의 잠재적 손실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현재 농업인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지만, 그 결과 농자재·시설·용역 구매 과정에서 부담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규모가 크거나 작목이 다양한 농가일수록 이러한 손실은 누적된다. 거래가 기록되는 구조로 전환되면 이러한 불이익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물론 모든 농업인에게 즉각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업자등록은 단계적·선택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초기에는 청년농, 전업농, 정책사업 참여 농가를 중심으로 유도하고, 간편장부 도입, 기장 지원, 농협의 대행 서비스 등 행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 동시에 등록 농가에는 직불금 가산, 정책자금 우대, 금융 접근성 개선 등 실질적인 혜택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농업인의 인식 전환이다. 사업자등록은 농업인에게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다수 농업인을 제도 안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실제로 세금을 부담하게 될 농업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제 선택의 문제다. 막연한 조세 우려로 제도 밖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소득을 증명하고 권리를 확보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농업인의 사업자등록은 조세 강화가 아니라 농정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