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3선 채운 뒤 ‘비상임’ 갈아 타
사실상 재임 이어간 사례 69건
조합 자산 부풀리기 의혹도
법 통과 전 바꾸면 ‘3선 더 가능’
조합장들 전환 시도 차단해야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12. 23
3선(12년)까지 재임할 수 있는 상임조합장에서 연임 제한이 없는 비상임조합장으로 자리를 옮긴 3선 현직 조합장이 69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장기 재임을 이어가기 위한 ‘우회로’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국회에선 비상임조합장에게도 연임을 2회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농협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9일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다만 법 시행 시점부터 이 조항이 적용되는 구조여서, 개정 취지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서는 국회 본회의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임조합장으로 3선을 채운 뒤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한 사례는 모두 6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자산 규모가 2500억원 이상이어서 비상임 전환이 의무였던 경우는 38건이었다. 31건은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대의원총회 의결을 거쳐 정관을 개정한 뒤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한 사례였다. 특히 올해에만 상임 3선에서 비상임으로 전환한 사례가 22건에 달했다. 이 중 7건은 자산 규모 기준에 따른 의무 전환, 15건은 정관 개정을 통해 비상임으로 전환한 경우로 확인됐다.
현행 제도상 상임조합장은 최대 3선, 12년까지만 재임할 수 있다. 반면 비상임조합장은 연임 제한 규정이 없어 장기 재임이 가능했다. 이 같은 제도 차이를 활용해 상임 3선을 마친 조합장이 비상임으로 자리를 옮겨 임기를 이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자산 규모가 2500억 원 이상이면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의무 전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비상임 전환 요건을 맞추기 위해 차입 등을 통해 자산을 늘리는 방식의 ‘꼼수’ 논란도 반복돼 왔다.
상임조합장의 비상임 전환이 잇따르는 이유로는, 비상임조합장이 연임 제한이 없는 데다 권한은 상임조합장과 비슷한 반면 일상적인 업무 책임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꼽힌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11월 30일 기준 전체 조합장 1110명 가운데 상임조합장은 491명, 비상임조합장은 619명이다.
이런 가운데 19일 농해수위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은 비상임조합장에게도 연임 2회 제한을 적용하도록 했다. 다만 법 시행 당시 현직 비상임조합장이거나 정관 개정으로 비상임 전환이 확정된 조합장에 한해서는 최대 3선까지 재임할 수 있도록 경과 규정을 뒀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전까지 비상임 전환 시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임미애 의원은 “비상임조합장이 장기 재임하는 과정에서 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며 “이번 개정으로 연임 제한의 길이 열렸지만 법 시행 전까지 비상임 전환 시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관 개정만으로 연임 제한을 우회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개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정부도 비상임 전환 실태와 자산 규모 기준 충족 과정에 대한 전수 점검을 즉각 검토하고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