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공적 매입체계’ 시험대
‘농지보전부담금’ 기준 재편해
기금 재원 안정적 확충 필요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6. 3. 9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가짜로 (작물을) 심고 방치하면 매각 명령을 내려 (농지를) 팔아버리게 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대규모 인력을 조직해서라도 전수조사하라”고 농지관리제도의 강도 높은 재편을 주문했다.
농지 전수조사와 비농민 소유 농지에 대한 강제 매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농지관리기금’의 역할이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의 구상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기금을 통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과 공적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강제 매각 명령으로 시장에 쏟아질 농지를 농민들이 온전히 소화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향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농업소득이 2024년 기준 96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개별 농업경영체가 강제 매각된 농지를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며 “농지 전수조사로 매각 명령을 받은 농지가 시장에 나오게 되면 (매입 등)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적 지원 필요성을 반영하듯 기금의 핵심사업인 맞춤형 농지 지원사업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해당 사업비는 2024년 결산 기준 1조2739억1600만원에서 2026년 예산 기준 1조8469억9800만원으로 2년 만에 45% 증가했다.
문제는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기금 재정 부담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 등 맞춤형 농지지원사업은 기금이 먼저 비용을 투입해 농지를 매입한 뒤 장기간에 걸쳐 회수하는 구조다. 초기 재정 부담이 큰 사업 특성상 기금 재원 여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농지관리제도 개편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제 매각이 이뤄지면 농어촌공사 등이 농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현재 기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금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농지보전부담금 기준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면적 감소로 농지의 상대적 가치가 높아진 만큼 부담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채 연구위원은 “농지보전부담금 이 사실상 100% 감면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려면 감면 조항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개발에 농지보전부담금을 면제하는 규정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용 목적이나 공공용 목적으로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 농지보전부담금을 감면한다. 김 이사장은 “농지보전부담금의 기본 취지는 농지를 보전하는 것인데 개인에게는 제한하면서 공공개발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구조”라면서 “공공개발을 포함해 부담금 감면이 제한적인 틀 속에서만 이뤄지도록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수조사 결과를 농지보전부담금 조정 등 농지 정책설계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 책임연구원은 “농지 전수조사는 단순히 농지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며 “조사 결과를 활용해 농지보전부담금 부과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맞춤형 농지지원 정책을 어떻게 설계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