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만호 제주 김녕농협 상임이사(왼쪽), 고우일 제주농협본부장(가운데) 등이 구좌읍 김녕리에 있는 콩농장에서 작황을 살피고 있다.
* 이상기후로 콩알이 검게 썩어버렸거나 꼬투리가 비어 있는 모습.
폭염·가을장마·병충해 ‘직격탄’
품질 저하·수확량 감소 연이어
품종개발·마케팅 등 지원 시급
농민신문 제주 서귀포=심재웅 기자 2025. 11. 19
제주지역 콩나물콩 생산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름 폭염과 가을장마 같은 이상기후로 병충해와 쭉정이가 대거 발생해서다. 이로 인한 품질 저하와 수확량 감소는 농가소득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국내 콩나물시장은 대부분 외국산 콩나물콩이 차지해 콩나물콩을 생산하는 도내 콩농가들은 생산과 판매 양쪽에서 시름이 크다.
올해 콩농가 피해는 제주시 조천읍·구좌읍 해안지역에서 특히 심하다. 꼬투리가 형성됐지만 속이 빈 쭉정이가 대부분인 농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수확기가 지났는데도 콩이 여물지 않은 곳도 대다수다.
현장 관계자들은 고온현상과 습한 날씨가 콩 작황에 악영향을 줬다고 입을 모은다. 원만호 김녕농협 상임이사는 “7∼8월 개화기 고온현상과 9∼10월 잦은 비로 콩이 제대로 여물지 않고 썩어버렸다”며 “이런 날씨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콩농사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올해 농사를 포기한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구좌읍 송당리에서 2만3140㎡(7000평) 규모로 콩을 재배하는 강화자씨(67)는 “엊그제 콩 수확을 포기하고 기계로 갈아엎어버렸다”며 “수확해봐야 건질 게 없고 손해만 불어날 뿐”이라고 한숨 쉬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콩농가 주머니는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 제주도가 발표한 ‘농축산식품 현황’에 따르면 2024년 도내 콩 조수입은 255억원으로 2023년 285억원 대비 30억원(10.5%) 줄었다. 부진한 작황 탓에 생산량이 줄고, 상품 비율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한열 콩제주협의회장(서귀포 제주안덕농협 조합장)은 “콩나물콩은 상품 40㎏ 한가마 기준 20만원 초반에 판매된다”며 “콩나물콩으로 판매하지 못한 콩은 정부 수매나 낫토용으로 판매되는데 콩나물콩보다 단가가 턱없이 낮다”고 설명했다.
소득이 줄자 재배면적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김신자 함덕농협 상임이사는 “2년 연속 작황이 좋지 않아 지역에서 콩농사를 짓는 농가수가 최근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제주지역 콩 재배면적은 4930㏊에서 2024년 4038㏊로 892㏊(18.1%) 줄었다. 심지어 농협경제지주 제주본부가 추산한 올해 콩 파종면적은 3000㏊ 수준에 그친다.
이에 지역 콩 생산기반을 지킬 방안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변화하는 기후에 맞는 콩 품종 개발이나 국산 콩나물 소비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국내 콩나물시장 가운데 국산 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초반대”라며 “정책 지원이나 마케팅 등으로 국산 비중이 조금만 늘면 콩나물콩 생산농가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