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0월 ‘대청호 윙윙꿀벌식당’에서 주민들이 들깨를 수확하고 있다. 에너지전환해유
* =CAPTION=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이사장이 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한 들깨로 만든 들기름을 소개하고 있다. 에너지전환해유
* ‘대청호 윙윙꿀벌식당’의 들깨꽃에 꿀벌이 앉은 모습. 에너지전환해유
‘대청호 윙윙꿀벌식당’ 협동조합
상수원보호구역에 들깨밭 조성
가을밀원 심어 꿀벌면역 챙기고
무농약 작물 고가매입·판로안정
농민 호평에 벤치마킹도 잇따라
농민신문 대전=김민지 기자 2025. 12. 28
대전 대덕구 미호동 대청호 변에 특별한 ‘식당’이 문을 열었다. 손님은 사람이 아닌 기후위기로 사라져가는 ‘꿀벌’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규제를 역이용해 민관이 협력해 무농약 들깨밭을 조성했는데, 꿀벌이 들깨밭에서 먹이를 가져간다는 점에 착안, 들깨밭을 ‘식당’이라고 명명했다. 꿀벌에게는 양질의 먹이를 제공하고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대청호 윙윙꿀벌식당’이다.
윙윙꿀벌식당을 처음 추진한 것은 사회적협동조합 에너지전환해유(이하 해유·이사장 양흥모)다. 해유는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목적으로 2020년 설립, 다양한 재생에너지 활용 사업과 탄소중립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꿀벌을 되살릴 방법을 고민하다 밀원 조성에 나서게 됐는데 대청호 인근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대전과 충북 청주·옥천·보은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 대청호 주변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농업 활동이 제한적이다. 해유는 이곳에서 꿀벌에게 밀원을 제공하며 주민소득까지 창출할 방법을 모색했고 그 결과가 ‘윙윙꿀벌식당’이다.
지난해 지역농가와 협력해 미호동에 1322㎡(400평) 규모로 ‘본점’을 열고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 5월에는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지사와 협약을 맺으며 약 2㏊(6000평) 규모로 대폭 확대했다. 14농가가 계약재배에 동참하면서 미호동뿐만 아니라 삼정동·이현동 등 인근 상수원보호구역 마을로 ‘지점’을 넓힌 것이다.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탓에 농사를 포기했던 농가도 다시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작목으로 들깨를 택한 이유는 개화 시기 때문이다. 대부분 밀원식물은 봄에 꽃을 피우지만 들깨꽃은 9월에 핀다. 양흥모 이사장은 “가을에 피는 들깨꽃은 꿀벌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비축하는 소중한 식량 제공처”라며 “가을 밀원이 풍부해야 꿀벌의 면역력이 높아져 건강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호동 주변 양봉농가 6곳도 윙윙꿀벌식당 덕분에 활력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상수원보호구역 내에서 무농약농법을 고수한 점이 핵심이다. 해유는 꿀벌·산림 전문가들을 초빙해 주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윙윙꿀벌식당 프로젝트의 환경적 가치를 공유하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냈다. 경제적 유인도 확실했다. 해유는 대청댐지사로부터 지원받은 사업 운영비와 자체 사업 수익금을 이용해 농가가 생산한 무농약 들깨를 시중보다 20% 높은 가격에 전량 수매했다. 올해 생산된 들깨는 1t에 달한다.
수매한 들깨는 충남 예산의 농업회사법인 내포주식회사를 통해 ‘대청호 고소한 들기름’이라는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이 제품은 현재 대전 신탄진농협 하나로마트와 대덕구가 운영하는 로컬푸드직매장 등에 입점·판매돼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계약재배에 참여한 한 농민은 “농약을 치지 않아 농사가 잘 안될까봐 걱정했는데 제값을 쳐주고 판로까지 책임져주니 내년에는 콩농사 대신 들깨농사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로 프로젝트 이후 다른 마을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벤치마킹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윙윙꿀벌식당은 단순히 환경 캠페인을 넘어 상수원보호구역 주민지원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다. 개발이 제한된 지역에서 무분별한 관광개발사업 대신 지역환경을 보존하면서도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과 일자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현재 5명의 주민이 윙윙꿀벌식당 관리와 운영을 위해 따로 채용돼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
대청댐지사 관계자는 “무농약 들깨를 재배하면 오염원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내년 사업구역 확대도 검토 중”이라며 “주민 일자리와 소득 창출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사업을 꾸준히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