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필수농자재법’ 운용 방향키, 정부 손에 달렸다
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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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가 11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에 표결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공급망 위험 대응을 위한 필수농자재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부담 완화 위한 체계적 지원 기대

대상 품목·발동 기준 등 불확실

법 제명 두곤 비탄력적 운용 우려

농식품부의 구체적 틀 마련 중요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5. 11. 30



‘공급망 위험 대응을 위한 필수농자재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11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그동안 정부는 전쟁 등 국제정세 불안으로 농자재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경우 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시적 재정 지원을 해왔다.

법안 공포 6개월 뒤 ‘필수농자재법’이 시행되면 농자재 부담 완화를 위한 체계적 지원이 가능해질 걸로 기대된다. 다만 언제, 어떤 품목에, 어떤 대책이 시행되는지 등 구체적인 제도의 작동 방식은 하위법령이 만들어진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은 공급망 위기로 농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른 경우에 한해 이뤄지는 것으로 제도가 설계된 탓에 농가 기대치와 간극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필수농자재법’은 농자재 지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은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다. 제도 작동에 필요한 주요 내용이 정부 손에 달린 탓이다.

제정안은 지원 대상이 되는 필수농자재 예시로 비료·사료만을 직접 거명했다. 그밖에 어떤 품목이 지원 대상이 될지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필수농자재 등 지원 심의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했다. 이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에서부터 “농약이 대상에 포함되느냐” “코코피트의 국제가격이 지난해 8월 대비 45%가 올랐는데 제도가 작동하는 것이냐”는 등의 질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또 제정안은 농식품부 장관이 공급망 위험에 따른 필수농자재의 가격변동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수농자재 등 가격상승 단계별 위기대응지침’을 작성·운용하도록 했다. 11월28일 농식품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침은 ▲1단계 원료 수급 및 가격동향 점검 ▲2단계 원자재 비축 물량 공급 확대 검토 ▲3단계 농협 등과 가격 인상 완화 협의, 비축물량 공급 등의 방식으로 짜인다.

이같은 선제조치에도 필수농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농식품부는 지방정부와 함께 농가에 가격 상승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게 된다. 이런 지원이 발동하는 ‘일정 수준의 가격 상승’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지고, 전부를 지원할지 일부를 지원할지는 앞선 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소위에서 강형석 농식품부 차관은 “법에 따라 필수농자재 가격 10% 상승, 20% 상승, 30% 상승 등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게 된다”면서 “우선 가격(인상)을 자제시키거나 물량을 더 푸는 등의 조치가 들어가고 농가에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건 가장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을 때”라고 설명했다.

법 제명의 ‘공급망 위험 대응’이라는 표현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법에 따른 지원금이 세계무역기구(WTO) 감축 대상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제안한 표현인데, 이를 두고 정작 제도 발동이 필요한 순간에도 ‘공급망 위험’이라는 표현에 갇혀 제도가 비탄력적으로 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법안 심사단계에서 제기됐다.

결국 향후 농식품부가 구체적 틀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제도 운용이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이때 세심한 균형추 맞추기가 요구되는 이유는 제도가 농민 피부에 와닿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반대편엔 이 제도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소위에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이 제도로 농가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덜 할 수 있고, 화석연료 기반 농자재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기조와 배치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농업 내 혁신을 위한 방안도 함께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