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김치 산업, 현실을 마주할 때다
한국농업신문 김채은 기자 2026. 1. 29
우리는 오랫동안 김치를 ‘완전한 국산’으로 상정해 왔다. 배추와 고춧가루, 부재료까지 모두 국내산이어야 비로소 김치라는 인식이 굳어져 왔다. 그러나 오늘의 김치 산업에서 그런 조건은 더 이상 전제가 되기 어렵다. 문제는 이상이 아니라, 그 이상이 이미 성립하지 않는 현실을 정책과 논의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외식업 현장에서 김치는 이미 ‘국산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싸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되느냐의 문제다. 이 경쟁에서 완제품 수입 김치는 이미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중국산 김치 사용 비중은 통계보다 훨씬 높다. 이 흐름을 도덕의 문제로만 몰아붙이는 순간, 정책은 현실을 놓친다.
고춧가루는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고춧가루를 ‘양보할 수 없는 국산 품목’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고춧가루는 이미 국내 생산만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에 들어간 지 오래다. 부족한 품목에 대해 여전히 100% 국산을 요구하는 것은 자급을 지키는 정책이 아니라, 수입 완제품에 길을 열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고춧가루만 수입산을 쓰고, 배추와 부재료를 국산으로 사용하는 김치는 ‘타협’이 아니라 ‘방어선’일 수 있다. 완제품 수입 김치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지다. 그런데 우리는 이 선택지를 너무 쉽게 포기해 왔다. 순수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상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김치 산업의 핵심은 사실 단순하다. 배추 가격이 안정돼야 한다. 배추 가격이 흔들리면 제조업체도, 농가도, 소비자도 동시에 흔들린다. 기후변화로 배추 가격의 변동성은 커졌고, 여름 배추는 더 이상 ‘평년’을 기대하기 어려운 품목이 됐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자가 보지 못하는 영역에 있다. 알배기 배추, 파김치, 깍두기. 원산지 표시의 경계 밖에 있는 품목들은 조용히 수입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김치 종주국이라는 말은 여전히 반복되지만, 김치의 원료와 시장은 점점 국적을 잃어가고 있다.
김치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단순히 김치가 들어오는 문제가 아니다. 수입 김치 1kg은 김치 몇 kg이 아니라, 국내 배추 몇 kg의 자리를 대신한다. 수율을 감안하면 그 영향은 더 크다. 수입이 늘어날수록 국내에서 아무리 배추를 생산해도 소비는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