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 폭락에 중단 2년여만
관세협상 후속조치…농가 우려
농식품부, 시장 영향 제한 전망
연말까지 1만7200t 공급 계획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6. 3. 4
미국산 밥쌀 판매가 2년여 만에 재개됐다. 국산 쌀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난해 미국과 타결한 관세협상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 농업계 우려가 제기된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월27일 ‘소비자 밥쌀용 수입쌀(미국산) 판매 입찰 공고’를 올렸다. 이번에 판매하는 물량은 20㎏들이 포대 216t, 10㎏들이 포대 192t 등 408t으로, 모두 2024년산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매주 400t가량을 입찰에 부칠 예정이며 연말까지 1만7200t가량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산 밥쌀 판매가 재개된 것은 2023년 11월 이후 27개월여 만이다. 한국은 2015년 쌀 관세화에 따른 시장개방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매년 미국산 쌀을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의무 수입하고 있다. 전체 수입량은 13만2304t으로, 9만2000t가량은 가공용(현미)으로 관련 협회 등을 통해 실수요업체에 공급하고, 나머지 4만t가량은 밥쌀용(정곡)으로 입찰을 통해 판매해왔다.
이 중 밥쌀용은 국내시장 상황에 따라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실제 농식품부는 2022년 9월 산지 쌀값이 80㎏들이 한가마당 평균 15만원대까지 폭락하자 같은 해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약 8개월간 미국산 밥쌀 판매를 멈췄다. 이후 2023년 6월 판매를 재개했지만 같은 해 수확기 산지 쌀값이 21만원대에서 19만원대로 하락하자 11월부터 다시 중단했다.
농식품부가 장기간 중단됐던 미국산 밥쌀 판매를 재개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갈수록 재고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산지 쌀값이 지난해 수확기 이후 회복세를 띠는 데다 미국산 밥쌀 판매에 따른 국내시장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산 밥쌀은 2019∼2022년 1㎏당 평균 1700∼1800원대에 거래됐는데, 같은 기간 국산 쌀값은 평균 2200∼2700원대를 기록해 40∼50% 수준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다만 미국산 밥쌀이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더라도 국산 쌀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aT가 2024년 서울대학교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 ‘수입쌀(시판용 쌀)이 국내 쌀산업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 따르면 2016∼2023년 국산 쌀의 경쟁 곡종인 미국산 중립종 쌀의 국내 판매가격 변화는 국산 쌀 수요량과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밥쌀은 주로 공사현장의 식당이나 무료 급식소 등에서 소비돼 왔다. 유통업계는 2년여간 판매가 중단됐던 만큼 미국산 밥쌀의 소매 판매가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낙웅 대한양곡유통협회장은 “미국산 밥쌀은 갑자기 판매가 중단되는 등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져 대형 유통업체 선호도가 낮다”며 “일부 소규모 업체를 중심으로 유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농식품부의 결정에는 미국의 압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0월 관세협상을 타결하며 식품·농산물 무역에서의 비관세장벽을 개선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해말 미국산 원예작물에 대한 식물검역을 전담하는 ‘U.S. 데스크’를 설치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미국 11개주(州)산 감자 수입을 허용하는 등 후속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
미국쌀협회(USA Rice)는 지난해 10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2026 국별무역장벽(NTE) 보고서’ 관련 의견서에서 “수년간의 판매 지연은 안정적인 미국산 밥쌀 공급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판매 중단 조치를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하고 개선을 촉구했었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국내 쌀 수급상황과 미국의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