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팜인사이트] [특집]“농협의 신경분리 실험 실패”...중앙회 회귀가 유일한 살길
202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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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생성 만평] 농협 신경분리 13년의 표류 (출처: 본문 내용을 바탕으로 AI 생성)




금융지주는 ‘관치’의 도구로, 경제지주는 ‘적자’의 늪으로… 13년 성적표는 처참한 ‘낙제점’

‘옥상옥’ 지주회사 체제 즉각 폐지하고, 중앙회로 통합해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 되찾아야

부실 유통 자회사 하나로 묶어 ‘조건부 상장’… 외부 자본 수혈해 유통·식품 경쟁력 높여야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5. 12. 9



2012년 3월, 대한민국 농업계는 ‘신경분리(信經分離)’라는 거대한 실험대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는 농협의 구조개편이라는 이름으로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1중앙회-2지주(금융지주·경제지주)’ 체제로 전환하였고, 이 개혁은 금융의 전문성을 높여 수익을 내고, 그 돈으로 경제사업을 활성화해 ‘팔아주는 농협’을 만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2025년 현재, 농협이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하다. 금융은 비대해졌으나 농민과 멀어졌고, 유통은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제는 솔직해져야 할 때다. 지난 10여 년의 실험은 실패했다. 정부와 농협은 실패를 인정하고, 지주회사 체제를 해체하여 다시 농민 중심의 협동조합으로 회귀하는 ‘제2의 창사’ 수준의 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 ‘장밋빛 미래’는 없었다… 데이터로 확인된 처참한 실패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은 당초 의도와 달리 극명한 양극화와 비효율만을 낳았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농협의 존재 이유인 경제사업의 몰락이다. 김선교 국회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은 최근 5년(2020~2025. 8)간 만성적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5년 8월 기준, 전체 62개 매장 중 절반이 넘는 56.5%가 적자를 기록했다. 쿠팡과 마켓컬리 등 민간 이커머스가 물류 혁신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농협 경제지주는 관료적 조직에 갇혀 디지털 전환과 물류 인프라 투자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다.

반면, 농협금융지주는 2024년 기준 2.5조 원의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이 수익은 농민에게 온전히 환원되지 않았다. 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임종룡, 김광수, 이석준 등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출신 ‘모피아(Mofia)’들의 재취업 창구로 전락했다. 이들은 농업 금융의 특수성보다는 정부 정책을 이행하는 대리인 역할에 충실했고, 농협은행은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 은행이 아닌 ‘정부의 제2 국책은행’처럼 운용됐다. 금융이 번 돈이 경제사업의 적자를 메우는 선순환 구조는 작동하지 않았고, 금융 당국의 규제와 중앙회의 배당 요구 사이에서 농협 금융의 정체성은 실종됐다.



◆ ‘옥상옥(屋上屋)’ 지주회사 체제, 경쟁력 갉아먹는 주범

실패의 원인은 경영진의 무능을 넘어 잘못 설계된 지배구조인 ‘1중앙회-2지주’ 체제 그 자체에 있다. 특히 농협경제지주는 중앙회와 자회사 사이에 낀 불필요한 ‘옥상옥’ 조직으로 전락했다.

첫째, 회원 조합과의 불필요한 경쟁이다. 농협경제지주는 본래 산지 농협이 생산한 물건을 팔아주는 ‘도매 조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경제지주는 자체 소매 유통망을 운영하며 회원조합의 하나로마트와 경쟁하는 모순을 연출하고 있다. 일본 전농(Zen-Noh)이 도매 기능에만 집중하며 회원 조합의 물량을 전량 위탁 판매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소매유통망이 엄청난 경쟁력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둘째,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고착화다. 지주회사 체제는 별도의 이사회, 감사위원회, 경영지원 본부 등 방대한 관리 조직을 필요로 한다. 유통 자회사들이 1,000억 원 넘는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지주회사 차원의 구조조정은 더뎠다. 주주인 중앙회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시장의 감시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자본 조달의 봉쇄다. 주식회사 형태를 취했음에도 100% 중앙회 소유 구조 탓에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없다. 금융지주에서 중앙회로 배당된 자금은 경제지주로 내려보낼 방법이 없어, 사실상 회원조합에 무이자 자금 지원 용도로 사용되고 그치고 말았다.



◆ 글로벌 협동조합의 교훈, “우리는 벤치마킹부터 틀렸다”

2012년 개편 당시 정부는 프랑스 크레디 아그리콜(CA)을 롤모델로 내세웠지만, 이는 심각한 오독(誤讀)이었다. CA는 지역조합이 중앙기구의 지분 과반을 소유하는 ‘역피라미드’ 구조로, 하부 조직이 상부를 통제한다. 반면 한국 농협은 중앙회가 지주를, 지주가 자회사를 지배하는 수직적 ‘재벌형’ 구조를 택했다.

글로벌 선진 협동조합들은 ‘자본 조달’과 ‘협동조합 정체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독창적인 모델을 구축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Rabobank)는 협동조합임에도 ‘회원증서’라는 하이브리드 채권을 상장해 약 11조 원의 자본을 조달했다. 의결권은 조합원에게만 주고, 투자자에게는 배당 수익권만 주는 방식이다. 뉴질랜드 폰테라(Fonterra) 역시 ‘주주펀드(FSF)’를 통해 외부 자본을 유치하면서도 경영권은 농민이 확고히 쥐고 있다. 일본 전농은 지주회사가 아닌 연합회 체제를 유지하면서 농림중금과의 자본 동맹을 통해 패밀리마트 지분을 인수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한국 농협은 껍데기뿐인 지주회사 체제에 갇혀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 [해법 1] 지주회사 ‘폐지’하고 중앙회로 ‘헤쳐모여’

이제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핵심은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폐지하고 중앙회로 통합하는 것이다.

우선 농협경제지주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중앙회의 ‘경제사업본부’로 흡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임원 급여, 사옥 운영비 등 중복 비용을 즉각 절감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야 한다. 경제 대표이사는 독립채산제를 적용받는 강력한 사업부제(BU) 수장으로 실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금융지주 역시 해체하고 NH은행과 보험사를 중앙회의 직접 자회사로 재편해야 한다. 중앙회 내에 ‘상호금융대표’와 ‘NH은행장’을 두어 지역 농축협과 은행 간의 칸막이를 없애고 시너지를 창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모피아’의 낙하산 자리인 지주 회장직을 없애 관치 금융의 고리를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 [해법 2] 부실 자회사 대통합과 ‘조건부 상장’을 통한 자본 확충

단순한 조직 통합만으로는 부족하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유통 및 식품 사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외부 자본 수혈이 필수적이다.

흩어진 하나로유통, 농협유통 등을 단일 법인 ‘㈜농협리테일(가칭)’로, 목우촌을 중심으로 농협식품 등을 ‘㈜농협푸드(가칭)’로 통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회는 금융 수익을 활용해 이들 자회사의 누적 적자를 완전히 상각(Write-off)하여 부채 비율을 낮춘 ‘클린 컴퍼니(Clean Company)’로 리셋해줘야 한다.

이후 이들 통합 법인을 주식시장(IPO)에 상장해 투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단, 농협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폰테라 모델이나 라보뱅크 모델을 차용해야 한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상장하거나, 주식의 수익권만 유동화하는 방식을 통해 경영권은 중앙회가 100% 방어하되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는 ‘조건부 상장’ 전략이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으로 물류 인프라와 디지털 전환, 식품분야 설비 확충, 인수확병 등에 사활을 건 투자를 단행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식품기업, 유통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해법 3] ‘농협맨’과 ‘식품 및 유통 전문가’ 분리… 인사(人事)가 만사다

마지막 퍼즐은 사람이다. 조직을 바꿔도 사람이 그대로면 혁신은 요원하다. 농협은 이제 ‘농민 상대 협동조합 전문가’와 ‘소비자 상대 시장 전문가’라는 투 트랙 인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지도·지원 및 상호금융, 영농 자재 공급 등 농민 조합원을 상대로 하는 분야는 기존의 ‘농협맨’들이 맡아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유통, 이커머스, 금융, 식품 제조 등 민간과 피 터지게 경쟁해야 하는 분야는 순환보직을 철폐하고 철저한 직무 전문성을 갖춘 ‘시장 전문가’ 집단이 이끌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CEO부터 실무자까지 외부에서 과감하게 헤드헌팅하고, 민간 수준의 성과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민간 대기업과 경쟁해야하는 분야인 만큼 전문성 고위직이 거쳐가는 자리로 활용되는 관행을 차단하는 근본적인 방패막이 될 것이다.



◆ [결론] 2026년, 농협법 개정으로 ‘돌아오라, 농민 곁으로’

농협 신경분리 13년은 ‘금융 경쟁력 강화’라는 허울 아래 협동조합의 영혼을 갉아먹은 시간이었다. 데이터는 경제사업의 붕괴와 금융의 관치화를 명확히 가리키고 있다. 이제 농협은 ‘회귀’해야 한다. 과거의 비효율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과 자본시장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진화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주회사의 껍데기를 벗어던져 조직의 군살을 빼고, 금융의 이익이 경제사업의 젖줄이 되도록 파이프라인을 복원해야 한다. 과감한 IPO로 자본을 확충해 유통 시장의 지배력을 되찾아야 한다. 이것만이 농민이 주인 되고,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주는 ‘진짜 농협’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2026년, 국회와 정부는 이 절박한 제안을 받아들여 농협법 전면 개정과 구조 개혁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