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무·배추 고창 산지 점검
한국농어민신문 고창=우정수 이두현 기자 2025. 11. 14
김장철을 앞두고 가을배추와 무 생산량에 정부, 농산물 유통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온과 잦은 가을비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김장철 수급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선 올해 재배면적이 늘어나 작황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물량 공급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예상과는 다르게 김장철 초반 분위기는 그렇게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생육 지연으로 출하가 늦어지면서 초도 물량이 달리고 있는 것. 다만 중·하순부터는 출하량이 늘어나 점차 공급에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장용 가을배추·무 출하를 시작한 전북 고창군 일대를 돌며 현장 상황을 살폈다.
생육기 잦은 비에 일조량 부족
생산량 평년의 1/3 밖에 안돼
품질 좋지 않아 소득 감소 울상
▲ 다소 가라앉은 가을배추 산지 분위기
정부와 농산물 도매유통 관계자들은 올해 김장철 가을배추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도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1만3403ha로 전년보다 늘어나며 생산량 역시 전년 대비 3.2% 증가한 120만1000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전망과 달리 가을배추 산지 초기 출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은 모습이다. 김장철 가을배추 초기물량 수확 작업이 한창인 전북 고창의 배추 포전에서도 이를 지켜보는 생산자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고창에서 만난 생산자들은 평년보다 1/3 가까이 생산량이 감소했다며 작황 부진을 호소했다. 이들은 여름철 무더위와 가을장마가 이어지며 애써 심은 배추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음을 전했다.
고창에서 배추·무를 생산하는 산지유통인 권정열 씨는 “올해는 배추 생육기에 비가 너무 자주 오고 일조량도 부족하다 보니 뿌리가 제대로 활착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배추 생육이 원활하지 않아 수확기에도 52망(가로길이 52cm) 배추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50망이다. 이에 전체 생산량도 줄어 평년 같으면 300평에 5톤 트럭 1대가 나오던 것이 올해는 500평 작업을 해야 물량을 맞추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을배추 초도물량이 다소 부족함에 따라 11월 초중순 도매가격은 평년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3~13일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배추 평균 도매가격(10kg, 상품)은 9981원으로, 평년보다 2000원가량 높게 형성됐다.
양호한 시세에도 불구하고 고창 지역 생산자들의 근심은 여전했다. 전반적인 배추 품질이 낮아 실제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고창에서 4만평 규모로 가을배추를 재배한 산지유통인 이범섭 씨는 “가을에는 날씨가 온화해 김장철에 가까워질수록 배추 상품성이 평준화 되는데 올해는 품질 격차가 심하다. 올해는 상품성이 양호한 배추가 30%에 불과하다”며 “시장에 출하하면 1만5000원까지 가는 배추도 있지만 3000원을 받는 배추도 있다. 결국 생산자의 전체 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고창 지역 생산자들도 올해 김장철 전반적인 배추 수급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창 지역 산지유통인들은 “가을배추의 경우 고창 지역 비중이 크지 않다. 주산지인 해남 작황이 양호한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전체적인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농산물도매시장에서도 11월 하순부터 가을배추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명배 대아청과 부장은 “최근 해남 지역 생산자들이 예상보다 이르게 수확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해남 지역 작황이 양호한 만큼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되면 배추 도매시세 역시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확량 평년 60~70% 수준
기상여건 좋아서 작황 회복
생산량 늘고 평년시세 전망
▲ 작황 회복 중인 가을무
전북지역은 김장철 주재료로 사용하는 다발무 주산지로 꼽힌다. 국내 도매시장법인 가운데 무·배추 거래 규모가 가장 많은 대아청과에서 지난해 김장 시즌 취급한 다발무의 71%(6690톤)가 전북지역에서 생산한 물량이었다. 다발무는 일반무(외대무)의 절반 정도 크기인 무를 여러 개 묶어 놓은 형태를 말하는데, 전북지역 중에서도 고창군은 김장철에 맞춘 다발무 생산 및 출하량이 많은 곳이다. 다발무 수확기를 맞아 고창군에 방문한 지난 11일에도 무밭이 몰려 있는 대산면에 가까워질수록 무를 싣기 위해 대기 중이거나 무 출하 작업을 마치고 이동하는 트럭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올해는 다발무를 본격적으로 수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게 이 지역에서 무를 생산·유통하고 있는 산지유통인들의 목소리다. 평년의 경우 10월 20일 이후 출하를 시작했는데, 올해는 10월 초부터 자주 내린 비의 영향으로 무 생육이 지연돼 11월 첫째 주부터 수확이 본격화 됐다. 대산면에서 만난 한 산지유통인은 “고창도 올 가을 비가 자주 내려 일조량 부족에 무 생육이 늦어졌다”라며 “아직 무 수확을 시작하지 않은 생산자도 꽤 있다”라고 전했다.
가락시장의 경우도 지난 3일 하루 100톤 수준이었던 다발무 반입량이 6일 이후 평균 300톤 수준을 유지하다, 11일이 돼서야 600톤을 넘어섰다.
현장에선 생육 지연보다 작황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파종기 고온, 생육기 잦은 비의 영향으로 초기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조금 일찍 파종에 들어간 물량이 나오고 있는데, 수확량이 평년의 60~7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산면의 유통인은 “이른 갈이(8월 파종한 무)의 경우 파종기 고온에, 가을에 자주 내린 비 때문에 무름병과 열근 현상 등이 나타나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크게 줄었다”라며 “보통 무 밭 300평에서 트럭 한 대(다발무 10톤)를 채웠는데, 지금은 4~500평에서 한 대를 겨우 채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김장 시즌 초기 다발무 공급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재 도매가격(10톤, 상품)은 평년(650만~700만원)에 비해 다소 높은 8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앞으로 수확하는 무는 작황이 개선돼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월 들어 기상 여건이 양호해져서인데, 반대로 시세는 평년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경연에서는 올해 가을무 재배면적이 2024년보다 7.4% 증가한 4643ha로, 최근 부진했던 작황을 회복하면서 생산량은 전년 대비 7.2% 늘어난 35만톤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을배추 출하에 이어 무 수확을 앞둔 권정열 씨는 “강원도 홍천 같은 지역의 2기작 무나 고창에서도 일찍 파종한 무는 날씨 때문에 작황이 안 좋지만, 9월 초부터 파종한 무는 최근 기상이 개선돼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라며 “작년에 무 시세가 높아 올해 가을무 면적이 늘어난 부분을 감안하면 초반 작황이 좋지 않았어도 김장 물량 공급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