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서류산업 실태 분석
생산량 변동성 증가·노동력 부족
칩용 계절관세 철폐 등 기반 위축
외국산 사용 확대땐 의존도 심화
효율적인 인력 이용 체계 갖추고
수요별 공급 품종 다양화 등 필요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6. 1. 1
통상 환경 변화와 기후위기, 노동력 부족이 겹치며 감자·고구마 산업이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가정 소비 중심이던 수요는 식품 가공과 외식부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국내 생산체계는 이런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서류 산업 실태 분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수요 확대·다각화 속에 기후변화와 수입 압력, 경영비·노동력 부담이 겹치며 농가 경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생산·유통·노동·통상 전반의 대응 체계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감자, 가공·외식 수요 확대 속 커지는 수입 압력=감자 소비의 무게중심이 가정 식탁에서 가공·외식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농경연 분석에 따르면 국내 감자 소비 비중은 2003년 식량용이 73%, 외식용이 10%였지만, 2023년에는 식량용이 59%로 줄고 외식용은 23%로 확대됐다. 유찬희 농경연 연구위원은 “식량용 감자는 대부분 국산이 소비되지만, 외식·식품 가공산업용 감자는 수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이 부문의 소비가 확대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산 감자 수요 기반 약화와 수입 의존도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구조는 통상 환경 변화와 맞물리며 수입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감자칩 원료로 쓰이는 칩용 신선 감자는 새해부터 계절관세가 완전히 철폐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국내 감자 생산액 감소분은 2012년 37억원에서 2021년엔 637억원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식품군에서 국산 감자 사용 비중도 2015년 79.5%에서 2024년엔 73.4%로 낮아졌다.
수입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생산기반은 오히려 약화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생산량 변동폭이 커지고, 경영비와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적시에 노동력을 확보하기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가공산업과 연계성이 높은 감자는 안정적 공급이 핵심이지만, 국내 생산여건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3년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생산량이 줄고 부패율이 높아지자, A 가공업체는 계약재배 물량의 87.3%만 납품받았고, B·C 업체도 계약 대비 납품 비율이 각각 72.2%·74.6%에 그쳤다. 유 연구위원은 “국산 감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면 가공업체 등은 수입 감자 소비를 늘릴 수 있고, 이는 예정된 계절관세 철폐와 맞물려 국내 감자 생산기반을 위축할 수 있다”고 했다.
◆고구마, 산업 수요 연결 고리 약해=고구마는 가공·산업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소비 구조는 여전히 가정용 중심에 머물러 있다. 수요 다변화가 현실화하지 못하면서, 산업적 활용 기반도 좀처럼 확장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국내 고구마 소비 비중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식량용이 약 70%, 식품 가공용이 30% 내외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국내 식품업체의 국산 고구마 사용량은 2018년 2만1082t에서 2024년에 1만3469t으로 감소했다.
생산여건도 점차 불안정해지고 있다. 고구마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1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됐고, 기후변화 영향으로 생산 변동성마저 커지는 추세다.
◆“수요 변화에 맞춰 생산·경영 구조 전환 필요”=농경연은 소비 구조 변화가 생산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체계 마련을 주문했다. 가공·외식업체 등 수요자가 소비자 선호를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생산현장에 전달할 수 있도록 민간부문의 소통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개별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 대응과 교섭력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자조금단체 구성이나 주산지 중심의 지역 단위 조직화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종자 보급 체계 개편도 주요 과제로 언급됐다. 공공부문이 생산자 수요에 맞춰 다양한 품종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민간의 신품종 개발과 실증이 이를 보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주산지에서 농가가 품종 개발단계부터 참여하는 ‘리빙 랩’ 운영이나 민간 품종 정보 등록 확대를 통해 현장 수요를 종자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도 함께 제시됐다.
생산·경영 안정과 관련해서는 노동력과 농기계 이용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유 연구위원은 “공공형 계절근로자 제도를 확대하는 기반을 정비하고, 이와 함께 지역 농가, 작목반, 생산자단체, 농협 등이 협업해 고용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기획 이용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기계화는 개별 농가의 보유 확대보다는 공동영농 모델이나 주산지 일관 기계화사업을 통해 소유 중심에서 이용 중심으로 전환하는 접근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