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재귀 가락시장 중앙청과 중도매인조합장
윤재귀 조합장, “가업을 잇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중도매인 2세 교육이 먼저다”…규제보다는 영업 환경 개선이 ‘시급’
농축유통신문 신재호 기자 2026. 2. 5
“가업을 이어받는 구조를 가진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일본의 100년 가게, 500년 양조장처럼 가락시장도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윤재귀 가락시장 중앙청과 중도매인조합 조합장은 농산물 도매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중도매인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차세대 육성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조합장은 20대 초반에 시장에 들어와 40년 가까이 중도매인으로 일해 온 경험을 언급하며 “우리 세대는 늦은 오후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까지 물건을 사고 팔며 살아왔다. 과거에는 하루 16시간씩 일했고 지금도 14시간 가까이 시장에 묶여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젊은 세대가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온라인도매시장 유통 정책과 관련해 “정부는 온라인 판매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지만 현재 시장의 주력 세대인 60~70대 중도매인 상당수는 컴퓨터조차 익숙하지 않다”며 “온라인 전환은 기존 세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2세와 차세대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지원을 통해 접근해야 현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산물 유통 정책 설명회를 기성세대만 불러 놓고 이야기해봐야 이해도, 실행도 어렵다”며 “그 시간과 비용을 젊은 인력을 모아 교육하는 데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윤재귀 조합장은 정부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역할도 강하게 짚었다. 그는 “정책 어디를 봐도 중도매인 육성이라는 개념은 없다. 그동안 서울시공사는 유통 관련 교육보다 영업정지 등 규제에만 집중해 왔다”며 “영업 여건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했다면 지금의 시장은 훨씬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환경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채소 경매가 길어지면 새벽 1시까지 이어질 때도 있다”며 “산지 물량 집결을 앞당기고 경매 방식을 개선해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영업시간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시장 근무 시간이 12시간, 14시간이 아니라 정상적인 노동시간으로 바뀌어야 젊은 세대가 시장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조합장은 “이미 시장 내 중도매인 2세 참여율은 50~60%에 달하고,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수록 시장으로 유입되는 젊은 인력은 더 늘 것”이라며 “이들이 40년을 일하고, 그 다음 세대가 다시 40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단계적인 교육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삶의 땀과 눈물이 녹아 있는 가게를 단순히 정리하고 시장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며 “자식이나 후배에게 당당하게 물려줄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지금 세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조합자은 “비가 새고 분진이 올라오는 공간에 2세를 들여보내고 싶은 부모는 없다”며 “단순한 외형 개선이 아니라, 100년·200년 갈 수 있는 시장을 염두에 둔 시설현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 조합장은 “개인의 희생만으로 시장을 유지하던 시대는 끝나야 한다”며 “차세대를 위한 교육, 제도, 환경을 함께 준비할 때 농산물 도매시장의 미래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