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개정안’ 다수 국회 발의
거래 확대 위한 규제 완화 일색
이용 효율 높인 제도정비 필요
“임대해도 직불·세제 혜택 줘야”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6. 1. 28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농업전망 2026’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지면적은 식량안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0만㏊ 아래로 내려앉았다. 현장에선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이를 해소하려는 흐름 속에 농지 규제 완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농지 보전과 규제 완화 논리가 충돌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농지 이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지 거래절벽이 심각하다는 현장의 호소가 이어지면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둔 ‘농지법 개정안’이 대거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27일 개최한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32건의 ‘농지법 개정안’이 심사 안건으로 포함됐다.
주말·체험 영농 관련 규제를 손보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농업진흥지역 내 주말·체험 영농용 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개정안이 8건, 이런 목적의 농지 취득 시 농지위원회 심의를 생략하는 안이 4건이었다.
거래절벽 문제에는 전문가들도 공감하지만, 농지 총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 중심의 법 개정에 대한 신중론이 함께 제기된다. 윤석환 GSn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농지 거래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 매입·비축 사업이나 ‘농지법’에 있는 농지 매수청구 제도 등 현행법과 제도를 우선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거래절벽이 문제라면 이 두 제도를 기반으로 매수청구 대상 지역을 확대하거나 60세 이상 고령농처럼 매도에 어려움을 겪는 집단을 특정해 보완하는 방안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차를 활성화하기 위한 ‘농지법 개정안’도 이번 심사 안건에 이름을 올렸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양평)이 지난해 4월 발의한 ‘농지법 개정안’은 개인이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를 농업경영을 하려는 자에게 직접 임대하거나 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상 개인 소유 농지는 원칙적으로 임대가 금지돼 있으며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를 농어촌공사에 위탁한 경우 등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농지법 개정안’은 상속·이농자의 농지 소유 상한을 폐지하고, 해당 농지를 농어촌공사 등에 의무적으로 위탁해 실경작자에게 공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속이나 이농으로 보유한 농지 가운데 직접 경작하지 않는 면적을 공동영농·친환경·청년농 등에 우선 제공해 농지를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려는 취지다.
전문가들도 임대차제도를 중심에 둔 농지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GSnJ는 올해 농업·농촌 핵심 과제로 임대차의 자유화를 꼽았다.
임대차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가운데 임차농지 비율은 2015년 50.9%에서 2024년 47.0%로 낮아졌다. 농경연은 최근 ‘농지임대차 시장 분석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내놓고 임대차 시장 위축 원인으로 ‘소규모 농가의 자경면적 증가’를 꼽았다. 채광석 농경연 연구위원은 “2020년 공익직불제 개편에 따른 소농직불금 도입 같은 정책 변화가 농지 소유자들의 자경을 유인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 위축과 농지면적 감소 속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농가에서는 임차면적이 확대되는 흐름이 포착된다. 0.5㏊ 미만 소규모 농가는 가구당 임차지가 2010년 0.21㏊에서 2020년 0.19㏊로 줄어든 반면, 6∼10㏊ 미만 규모 농가는 같은 기간 5㏊에서 5.18㏊로 늘었고, 10㏊ 이상의 대규모 농가는 12.56㏊에서 12.69㏊로 증가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임대차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농지를 임대하는 경우에도 소농직불금과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관련 제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채 연구위원은 “고령농이 소유한 소규모 농지에 한해 농지은행에 장기 임대하는 경우 직불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10년 이상 임대 시 농지연금과 연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윤 연구위원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은 8년을 자경해야 주어지는데, 농지은행이나 정부 인정 경영체에 8년 임대한 때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