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재배지 늘어 물량 급증
제주·전남 출하 겹치며 값 급락
1월 중순 이후 시세 바닥권 전망
“품종 구분 식재 등 해법 찾아야”
농민신문 서효상 기자 2025. 12. 28
새해 겨울양배추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생산량이 전년보다 크게 늘면서 값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다. 이같은 시장 상황엔 지구온난화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더욱이 점차 더워지는 날씨로 인해 재배적지가 기존 제주에서 전남 등 육지부로 확대됨에 따라 제주산·전남산이 뒤섞여 출하되는 일이 한층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산지간 제 살 깎기식 경쟁을 하지 않으려면 지역간 상생 출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지닌다.
◆ 전년보다 겨울양배추 생산량 28% 늘어…값 폭락 예견
26일 서울 가락시장에선 양배추가 8㎏들이 상품 한망당 평균 5143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평균(1만676원)보다 51.8%, 평년 12월(5994원)보다 14.2% 낮다.
이달 들어 양배추 경락값(8㎏ 상품 기준)은 1∼3일 8000원대에 머물다 이후 6000원대로 고꾸라졌다. 그러다 24일 5759원을 기록해 5000원대로 더 내려간 후 25일 5302원, 26일 5143원으로 하락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겨울양배추 재배면적 자체가 증가한 만큼 어느 정도 예견된 내림세였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1월 값 하락은 시작일 뿐 2월 이후로는 내림세가 더 가팔라져 바닥권을 형성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12월 엽근채소 관측’에 따르면 2025∼2026년 동절기 기준 겨울양배추 재배면적은 2972㏊로 추정됐다. 전년보다 12.6% 증가했다. 전년 겨울양배추 가격이 높아 주산지 재배의향이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작황도 호전돼 단수(10a당 생산량)가 4862㎏으로 전년보다 14.0%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겨울양배추 생산량은 전년보다 28.4% 늘어난 14만5000t으로 관측된다.
송영종 대아청과 경매사는 “보통 겨울양배추는 1∼4월 집중 소비되는데 재배면적 추정치로 보면 시장 공급량이 평년 수요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송 경매사는 “다만 생육 지연으로 본격적인 값 하락은 1월 중순 이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지역 간 ‘제 살 깎기 경쟁’ 우려…‘공동출하협의체’ 필수
특히 새해 시세 하락 우려 주범으로 전남산·제주산의 출하 중복이 지목된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5∼6년 전엔 겨울양배추는 전량 제주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출하산지가 한정됐다는 것은 공급과잉 때 지역 내 출하 조절이 상대적으로 쉬움을 뜻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전남지역에서도 겨울양배추를 재배하는 사례가 늘면서 산지의 출하 조절 기능이 크게 약화했다는 게 농산물 유통전문가들의 견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최근 몇년간 겨울기온이 대체로 오르면서 양배추 재배지역이 전남 무안·해남·진도 등 육지부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2020년 이전 9대1 정도였던 제주산·전남산 출하 비중이 최근 수년간 6대4로 변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전남산 양배추는 가을양배추로 12월 중순이면 출하가 마무리되곤 했는데 출하 종료 시기가 점점 뒤로 밀려 1∼2월 출하되는 제주산과 상당 부분 겹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지역 농가들은 경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주산·전남산의 출하 시기가 중복될 때 불리한 쪽은 제주여서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은 “해상운송비가 추가로 들어가므로 동일한 양배추라도 제주지역 생산비가 육지보다 8㎏ 기준 30% 더 들어간다”며 “제주·전남간 공동출하협의체를 서둘러 구성해 조생종·만생종 구분 식재 등 상생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경매사도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만큼 두 주산지가 신속히 머리를 맞대 수출이나 자율 시장 격리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