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 일대 밭에서 박철희씨(왼쪽)와 김준학 거금도농협 과장이 조생양파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중국산 시장잠식·소비부진 영향
수확 직전 헐값 매각·폐기 우려
“외국산 잔류농약검사 확대해야”
농민신문 고흥=장재혁 기자 2026. 2. 13
“보통 연말이나 이듬해 1월까진 조생양파 포전거래가 끝나는데, 이번엔 수확이 한달 정도밖에 안남았는데도 사간다는 상인이 없네요.”
전남 고흥군 금산면(거금도)에서 양파농사를 짓는 박철희씨(66)는 9일 밭에서 크고 있는 조생양파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수확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양파를 사겠다는 상인들의 연락이 없어서다. 박씨는 “이러다 수확 직전 헐값에 넘기든지, 일부는 폐기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생양파 출하를 앞두고 소비부진과 중국산 선호현상으로 현장에서 포전거래가 크게 줄면서 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비축물량 격리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농가들은 국내시장을 잠식한 중국산 양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거금도는 제주도와 함께 햇양파가 가장 먼저 출하되는 조생양파 주산지다. 3월 상중순부터 5월초까지 2만t 정도를 출하하는데 80% 정도가 포전거래다.
출하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올해산 포전거래 성사율은 저조하다. 거금도농협에 따르면 1월30일 기준 조생양파 포전거래율은 45.1%(167.4㏊)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선수금도 적게 받았다. 보통 계약 때 전체 대금의 70∼80%를 받고 20∼30%의 잔금은 수확이 끝나고 받는데, 올해는 시세하락을 우려해 선수금을 50% 정도만 받았다는 것이다.
김형관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고흥군지회장은 “농가들은 선수금을 조생양파 수확 후 이모작을 준비할 영농자금으로 쓰는데 수령액이 줄어 어려움이 크다”며 “수확기 시세가 떨어지면 상인이 수확을 하지 않고 버티며 잔금을 깎는 경우도 있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전거래가 안되는 원인으로는 소비부진으로 인한 시세 하락과 중국산 양파의 시장 잠식이 꼽힌다. 올해 들어 1㎏(상품)당 1100원 밑으로 내려간 국내산 저장양파 평균 도매가격(서울 가락시장 경락값)은 이달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900원대 후반(9일 993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500원 정도 낮은 수준으로, 저장물량이 감소하는 시기임에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산이 대부분인 수입 신선양파는 지난해 11만7289t이 들어올 정도로 국내시장을 잠식했으며 도매시장에서 국내산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준학 거금도농협 과장은 “경기부진으로 식당용 소비가 감소한 데다 크고 단단한 중국산 양파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며 상인들이 조생양파 포전거래를 주저하고 있다”며 “3월 출하 전까지 거래가 안되면 5월 중만생종까지 연쇄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산 비축 양파 2만5000t 가운데 1만5000t을 수출해 시장에서 격리하고, 나머지 물량도 올해 햇양파 출하 후 급격한 수급불안 시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기로 하는 등 수급대책을 발표했다.
농가들은 정부의 선제적인 대처에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중국산 양파에 대한 통관절차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국내 농가들은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등을 철저히 지키며 농사를 짓는 반면 중국산 양파에선 농약이 초과 검출되는 사례가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 일부 샘플에만 진행되는 잔류농약검사를 대폭 확대해 무분별한 수입을 억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