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미 무역합의 후속 조치
대륙별 운용서 별도인력 배치로
현재 15개 품목 위험분석 진행
11개주산 감자, 6단계로 앞서
내년 양국 회의서 美 압박 우려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5. 12. 2
정부가 올해 안에 미국과의 원예작물 검역 관련 소통을 전담하는 ‘U.S. 데스크’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농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담 데스크를 설치하더라도 미국산 사과·배 등에 대한 검역 절차가 간소화되진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미국의 압력이 커질 경우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농업계 비관세장벽 해소 협력 강화 합의=농림축산식품부는 연내 설치를 목표로 농림축산검역본부 내 대미 전담 소통창구인 ‘U.S. 데스크’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는 11월14일 한국과 미국 정부가 발표한 무역합의의 후속 조치다. 양국 정부가 공개한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 협력해 식품·농산물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장벽을 해소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이행하고자 미국산 원예작물에 대한 요청을 전담하는 데스크를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기존에도 검역본부에는 대륙·국가별로 식물검역을 담당하는 인력이 배치돼 있었다. 미국은 캐나다·멕시코와 묶여 전담 인력이 운용됐지만 새로 설치될 ‘U.S. 데스크’는 미국만을 위한 별도 인력을 배치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독자적인 데스크가 설치된다고 해서 기존과 운용 방침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관계자는 “기존과 업무가 달라진다기보다는 미국과 검역 관련 소통을 전담할 접촉선이 누가 될지 등을 규정화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팩트시트에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등 농업 생명공학 제품에 대한 규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지만 이는 산업통상부 주관 업무로 ‘U.S. 데스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산 15개 농산물 위험분석 진행…11개주 감자 가장 앞서=‘U.S. 데스크’ 설치가 미국산 사과·배 등 원예작물에 대한 수입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식물방역법’에 따라 외국산 농산물이 국내로 수입되려면 국제 공통 절차인 8단계의 수입위험분석을 진행하고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8단계는 ▲수출국 요청 접수(1단계) ▲수입위험분석 절차 착수(2단계) ▲예비위험평가(3단계)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4단계) ▲위험관리방안 작성(5단계) ▲수입허용기준 초안 작성(6단계) ▲수입허용기준 입안 예고(7단계) ▲수입허용기준 고시 및 발효(8단계) 순으로 진행된다. 그중 7∼8단계는 국내 행정 절차로, 실질적인 위험분석과 관리방안 마련은 3∼6단계에서 이뤄진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산 원예작물 15개 품목에 대한 위험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11개주(州)산 감자가 6단계로 가장 앞서 있고, 캘리포니아주 넥타린, 하와이주 파파야가 5단계로 뒤를 잇고 있다. 미니당근은 4단계, 캘리포니아·아이다호·오리건·워싱턴주 서양배와 사과는 각각 3단계와 2단계를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워싱턴주 블루베리도 2단계를 밟고 있다. 석류와 캘리포니아주 탄젤로·딸기·살구·자두·복숭아,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 냉동 블랙베리·라즈베리 등은 1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U.S. 데스크’가 설치되더라도 8단계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U.S. 데스크’ 통해 미국 검역 압력 강화하나=문제는 현재 위험분석을 진행하는 상당수 품목에 대해 미국 내 생산자단체들이 한국의 비관세장벽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9∼10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2026 국별무역장벽(NTE) 보고서’ 작성을 위해 진행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미국의 전국감자협의회(NPC)·북서부원예협의회(NHC)·북미블루베리협의회(NABC) 등은 11개주산 감자와 사과·배·블루베리 등에 대한 한국의 위험분석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내년 3∼4월 열릴 예정인 ‘한·미 식물검역전문가회의’가 ‘U.S. 데스크’의 역할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회의는 당초 올 11월에 개최될 계획이었으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인해 내년으로 미뤄진 바 있다. ‘U.S. 데스크’ 설치 이후 열리는 첫 검역당국 간 공식회의라는 점에서 미국의 요구가 분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NABC는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 “내년 열릴 양자회의에서 한국이 캘리포니아·워싱턴주 블루베리에 대한 위험평가 관련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검역 절차 개선을 합의한 결과 ‘U.S. 데스크’가 설치된 것”이라며 “미국이 데스크를 통해 검역 관련 요구를 강하게 제기할 수 있어 한국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