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구센터가 18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농기평 한가람 평가장에서 월례세미나를 열었다.
농정연구센터 월례세미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5. 12. 19
‘가짜 농업인’을 걸러내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농업인 사업자등록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정책 대상자 자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농정 시스템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고령농·영세농 비중이 높은 농업 현장에서 제도 수용성이 최대 변수로 지적되고 있어 보완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농정연구센터는 18일 ‘농업인 사업자등록이 농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과 과세체계 합리화 방향’을 주제로 월례세미나를 열었다.
농업인 자격관리 투명성 확보
농정 시스템 전환 계기 기대
▲ 필요성과 기대 효과는=현행 조세체계는 작물재배업 소득에 대해 과세 제외 및 비과세 특례를 적용하고 있어 대다수 농업인이 사업자등록 의무가 없으며, 사업자 지위를 갖는 축산업의 경우도 관행적으로 미등록 사례가 많다. 2015년 작물재배업 과세 전환과 코로나 국면의 온라인 거래 확대로 사업자등록이 이전보다 늘었지만, 등록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발제를 맡은 홍정학 새길택스 세무사에 따르면 농업 업종의 사업자등록 비율은 농가 수 대비 약 6.05%, 농업경영체 수 대비 3.23%에 불과하다.
홍정학 세무사는 “이 같은 현실은 농산물 유통의 출발점에서부터 계산서, 세금계산서 등 정규증빙 발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유통 단계에서 무자료 매입과 가공·위장 거래의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거래 투명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또 농업수입안정보험이나 소농 직불금 등 소득 기반 농정의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세무사는 도입 기대 효과로 △농산물 거래 투명성 확보와 거래 정보 파악의 토대 △소규모 농업인 농산물 거래 확대 기여 △농정 사각지대 교차 검증 및 식별 기반 강화 등을 꼽았다.
그는 “유통 전반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농산물 수급 조정 및 가격안정화에 간접적으로 기여해 장기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경제적 후생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또 공식 거래 증빙을 토대로 농업인 자격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해 ‘가짜 농업인’을 식별하는 객관적 데이터 기반으로 작용하고, 이는 농업 예산의 재정 건전성과 집행 효율성을 개선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소득 농가 조세저항 우려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외도 문제
▲ 도입 과제들은=하지만 도입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인식되는 부분이 조세저항이다.
홍 세무사는 “대다수 중소 농업인은 실질적인 세부담이 발생하지 않지만, 고소득 농가는 불가피하게 조세 부담을 지게 된다”며 “분석에 따르면 과세특례를 폐지하더라도 매출액 6000만원 미만(전체 농가의 94%)의 농가는 소득세 부담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매출액 1억원 규모의 농가의 경우 매출액 대비 세부담률은 약 0.93% 수준으로 전체 산업 평균 3.22%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세 형평성 확보라는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제도 변화는 고령 농가와 농업 현장의 핵심 오피니언 리더(고소득 농가)의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며 “조세저항을 완화할 세부담 연착륙 방안과 농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정교한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강보험료 부담 문제도 실질적인 제약요인이다. 홍 세무사는 “현행 법령상 사업등록이 되어 있고 사업소득이 발생하면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피부양자 자격 상실에 따른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경제적 불이익에 대한 농업 현장의 우려가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제도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정 기간 피부양자 자격을 보전해 주는 유예 기간을 두거나 피부양자 제외 기준이 되는 사업소득 요건을 완화해 농가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홍 세무사는 “고령 농업인의 높은 비중은 계산서 발급 등 행정적 의무 이행을 어렵게 하고, 납세협력비용(기장료)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생계형 농업인 구분해 도입
다른 정책·인센티브와 연계
▲ 현장 수용성을 높이려면=세미나에서는 현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이 중 많이 언급된 부분이 정책 대상자를 구분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도형 당진시청 농산물유통팀장은 “모든 농업인이 사업자등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1억원 이상 소득자나 규모가 큰 면적을 가진 사람들은 계도 기간을 둬서 의무 등록을 하게 하고, 생계형 농업인들은 사업자등록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 추진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도 “사업자등록을 해야 할 전문농업인이 있고, 부업·취미 등 다양한 농업 유형이 있기 때문에 구분 없이 제도적으로 의무화하기보다는 적용 대상을 어느 정도 구분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이고, 실천력도 가능하도록 하는 단계를 밟아야 된다”고 했다.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단순 과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의 산업화로 진전하는 흐름에서 봐야 한다”면서 “제도 논의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영세 규모의 생계형 농업은 시간이 지나면 정리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농업수입보험 가입 등을 위해 기장과 같은 소득 증빙(‘청색신고’)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사업자등록제도를 다른 정책이나 인센티브와 연계해 농업인 참여를 유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명헌 인천대 교수는 “현장 농업인들이 사업자등록이나 기장을 통해 얻는 혜택이나 편익을 체험해 보고, 그 경험이 현장에서 확산할 수 있도록 홍보와 인식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현장 반발을 최소화해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설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식 개선과 관련해, 홍 세무사는 “농업인의 과세체계 편입이 규제가 아닌,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하고 농업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수혜의 정당성 확보라는 부분을 인식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