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가 23일 주요 생산자단체와 쌀 산업 관계자들과 함께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쌀 수급 안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재고 부족에 공급 불안 우려
현장서는 ‘대체로 공감’ 속
“쌀값 하락 신호 땐 즉시 조치”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6. 1. 27
정부가 지난해 수확기 대책으로 발표했던 2025년산 쌀 시장격리 10만톤 시행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쌀 재고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장격리를 강행할 경우 공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생산자단체와 RPC(미곡종합처리장) 등 현장에선 이번 정부 결정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쌀값 하락 신호가 나타날 경우 즉각적인 시장격리 등 수급 조절 조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3일 올해 첫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2025년산 쌀 수급 안정 방안을 협의했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지난해 단경기 공급 부족으로 올해 양곡연도 이월 물량이 7000톤에 그쳐 전년(6만톤)과 평년(3만9000톤)보다 적은 데다, 2025년산 쌀이 지난해 가을(9~10월)에 조기 소비된 점을 고려할 경우 당초 계획대로 10만톤을 시장에서 격리하면 올해 공급 물량이 오히려 부족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농식품부는 또 산지유통업체의 2025년산 수확기 벼 매입 물량이 2024년산보다 약 9만톤 감소하면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산지유통업체의 민간재고도 전년 대비 12만톤 부족한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재고 부족에 대비해 원료곡을 사전에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벼값이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원회는 이러한 수급 구조를 감안해 지난해 10월 발표했던 시장격리 물량 10만톤 추진을 전격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사전격리 물량 4만5000톤은 추진을 중단하고, 정부 양곡 대여곡 5만5000톤은 반납 시기를 내년 3월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즉각 격리 조치를 시행한다는 조건도 함께 달았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현재 가격 오름세는 농가 소득과의 연관성은 낮은 반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격리 물량과 시행 시기를 조정하고, 가공용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등 쌀 수급 안정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쌀 시장 전반의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시장이 조속히 안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서용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재 RPC들이 원료곡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대다수 농가의 손을 떠난 쌀이 유통업체만 배불리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정부 대책은 단기적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보유 중인 물량을 시장에 내놓게 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수확기 가격 지지인 만큼, 현 상황이 정리되면 이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어 수급 대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관호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사무총장도 “시장에 쌀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10만톤 보류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쌀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거나 특히 단경기 가격이 떨어질 경우 정부가 즉각 대응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전제 조건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RPC 현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결정에 동의하면서도, 현재의 벼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한 RPC 관계자는 “재고가 워낙 부족해 벼 가격이 급등하고 있음에도 벼 나락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번 조치는 타당하지만, 이 조치만으로 재고 부족이 해소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올해 공공비축미를 실제로 방출하지 않더라도, 그 가능성에 대한 시그널 정도는 정부가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