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성진 하얀사과농원 대표(사진 왼쪽)와 정재원 농촌진흥청 농업경영혁신과 연구사가 인공지능 기반 경영 혁신 컨설팅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허성진 대표는 데이터에 기반한 농장 경영으로 내년엔 사과 재배 농가 상위 10% 도약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AI와 데이터로 여는 농업경영 혁신의 길
<2>강원 홍천 하얀사과농원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2025. 11. 21
강원도는 과거 사과 재배에 변방이었다. 2010년까지 만해도 전국 사과 재배면적에서 강원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치는 0.7%였다. 이후 재배면적 비중은 2020년엔 3.6%를 차지하더니 2024년엔 5.2%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재배면적도 1124ha에서 1748ha로 55.5%가 증가했다. 강원연구원의 최익창 연구위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내 사과 재배 경영체 비중은 정선군 11.5%에 이어 홍천군이 10.9%에 뒤를 잇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사과 재배 적지로 강원도가 손색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원 홍천군에서 하얀사과농원을 운영하는 허성진(40) 대표도 사과 재배 불모지에서 자신만의 재배방법을 터득해 왔다. 최근엔 농촌진흥청의 인공지능 기반 경영 혁신 컨설팅을 통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 부모도 만류한 사과 재배···신품종 ‘아리수·컬러플’로 돌파, 완판 기록 이어가
2011년 일본에서 유학을 하다 돌아온 허성진 대표는 부모님의 인삼 경작을 잇게 됐다. 그러나 인삼은 연작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마다 새로운 경작지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또한 새로운 경작지를 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작목 전환을 고민했다. 그러다 부모님께 사과 농사를 짓겠다고 하자 돌아온 반응은 차가운 ‘무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홍천군의 사과 재배농가는 단 3곳. 부모님의 만류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특히 농업인이 작목을 바꾸는 것은 직업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허성진 대표는 과감하게 사과를 선택했다. 그의 ‘과감함’은 품종 선택에서도 잘 드러난다. 주변에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체 재배면적 약 2만1500㎡(6500평) 가운데 아리수의 비중을 40% 뒀다. 아리수는 당시 농촌진흥청이 신품종으로 개발해 농가 보급에 나서던 시기였다.
“당시엔 다 반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리수 맛을 보고 나서 솔직히 반했습니다. 또 처음 사과를 재배하는 농부로서 무엇이든지 바꿔보고 싶었어요.”
그의 과감한 선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품종을 갱신 중인데,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해 2019년 품종등록을 한 ‘컬러플’ 사과의 재배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컬러플 사과는 고온에도 착색이 잘 이뤄지는 품종이라는 장점과 홍천군이 지역특화품종으로 선정, 보급을 확대하면서 허성진 대표도 품종 갱신을 통해 컬러플 사과를 재배한 것이다.
그가 재배한 사과는 어떻게 판매될까? 비결은 직거래다. 하얀사과농원 블로그와 네이버, 쿠팡 등 온라인 마켓을 통해 전량 판매한다. 직거래를 선택한 이유는 사과 외형은 경매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맛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2~3년 동안 사과 이야기 등을 매일 일기를 쓰듯 기록한 정성이 통했는지 현재는 생산한 사과 전부가 판매되는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허성진 대표는 “사과 재배를 시작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판로를 확보하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직거래를 하지 않으면 제값을 받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지금은 주변의 다른 농가들보다 높은 가격에 사과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 AI 기반 컨설팅 받아 ‘단수·농가 수취단가’ 제고···봄배추 저장으로 추가 수익 등
허성진 대표는 올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인공지능(AI) 경영 혁신 컨설팅을 받았다. 인공지능 경영 혁신 컨설팅은 농촌진흥청 농업경영혁신과가 농업인의 경영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에 기반, 농가의 경영 실태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컨설팅을 하는 사업이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58곳 농가가 신청해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는데, 내년엔 본 사업으로 전환해 전국 1000곳의 농가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분석한 하얀사과농원의 경영 성적은 어떨까? 인공지능은 하얀사과농원의 총 수입과 경영비, 소득은 물론 10a당 단수 및 농가 수취단가 등의 결과와 과수원 조성비, 무기질비료 비용, 농약 비용, 대농기구 및 영농시설 상각비 등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농촌진흥청이 농산물 소득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5300곳 농가 중 사과 농가 190곳을 분석한 결과 하얀사과농원은 24위를 기록했다. 10a당 총 수입은 농가 평균보다 약 426만원이 높았고, 소득은 같은 면적당 496만원이 높았다. 총 수입이 농가 평균보다 높고, 경영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다만 10a당 평균 단수와 농가 수취단가와 190곳 농가 중 각각 48위와 49위라는 결과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단수와 농가 수취단가 개선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온 것.
정재원 농촌진흥청 농업경영혁신과 연구사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갖고 판단했을 때 수량도 평균보다 높은데, 노동시간이 적어 상위 10% 농가에 비해 수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량을 높일 수 있는 적정 노동시간과 인력 투입 등을 컨설팅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이 하얀사과농원에 주목한 점은 또 있다. 영농시설 상각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허성진 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 저장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CA 저장고를 설치했다. 새로운 시설을 도입했을 때 상각비가 높아지는 특징을 인공지능이 경영비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에 따라 정재원 연구사는 투자 비용의 조기 회수를 위해 사과 저장 기간(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외에도 CA 저장고 활용을 통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봄배추 저장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농촌진흥청은 인공지능의 농장별 경영 상황 분석 결과를 맞춤형으로 컨설팅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데이터 기반으로 내년 ‘사과 재배 농가 상위 10%’ 도약 포부
인공지능이 농장의 경영 상황을 분석하고 진단한 결과에 대해 허성진 대표는 ‘충격’이라는 표현을 썼다. 또한 데이터에 따른 맞춤형 컨설팅은 큰 ‘만족’으로 다가왔다. 그가 사과 재배를 시작하면서 계획했던 것이 데이터에 기반한 농장 운영이었는데 실제로 데이터를 통해 농장의 장단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분석한 노동시간 부족에 대해 허성진 대표는 “정확한 지적인 것 같다. 그동안 외부 인력을 쓰지 않은 것에 자부심도 생긴 것 같은데, 외부 인력을 적절히 써야 하고 그래야 소득도 높아질 것 같다”며 “특히 올해 이상기후로 적과가 안 된 경우가 있었는데, 되돌아보면 외부 인력을 썼어야 했다”고 말했다. CA 저장고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에 대해선 “농촌진흥청의 제안이 좋은 아이디어가 됐다. 그 결과 올해 9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판매장까지 구축했다”며 “CA 저장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른 농산물을 매입해 판매하려고 계획 중이다. 직거래 외엔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농촌진흥청의 제안을 사업화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기반 경영 혁신 컨설팅은 허성진 대표가 다른 목표를 꿈 꿀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고 있다. 하얀사과농원의 경영 분석 결과 농산물 소득조사 대상 농가 평균보다는 높지만 상위 10% 농가에 비해선 여전히 총 수입과 소득 부분에서 낮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야 제대로 된 데이터 농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엔 상위 10% 농가에 포함될 수 있도록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성진 대표는 “내 농장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는 혁신적이다. 기회가 되면 영농조합법인 차원에서 경영 혁신 컨설팅을 받아보고 싶고,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법인 회원들이라도 우선 받길 원하는 사업이다”며 “이제야 제대로 된 데이터 농업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줘 고맙다. 내년엔 사과 재배 농가 상위 10%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