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외국산 가공용 과일’ 카페 점령…원산지표시 없어 소비자 혼란
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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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천안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주문한 딸기 스무디. 스무디에 들어가는 냉동딸기는 ‘중국산’이지만 어디에서도 원산지 표시를 찾아볼 수 없다.




냉동딸기·블루베리·토마토 등

업체 수요 늘며 수입과일 급증

고객들 국산 오인…법 개정 필요

농업계 “원산지표시 의무화를”



농민신문 천안·논산·서천=김민지 기자 2026. 1. 7



충남 천안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딸기가 제철인 겨울을 맞아 최근 출시된 신메뉴 딸기 스무디를 주문하려고 보니 딸기 원산지는 메뉴판과 홍보물 그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았다. 점원에게 직접 문의하니 “스무디에 들어가는 냉동딸기는 중국산”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근의 다른 개인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블루베리·토마토 등으로 만든 주스와 대추차·생강차 등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원산지표시는 없었다.

이처럼 현행법상 카페 대부분은 일부 농축산물을 제외하면 원산지표시를 하지 않아도 돼 과일 등 외국산 농산물이 국산으로 오인·유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공용(냉동) 과일 수입량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산 가공용 농산물의 판로를 넓히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적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현행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 등에 관한 법률(원산지표시법)’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으로 신고된 업체는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농축산물 9종과 수산물 20종에 대해서만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카페는 보통 휴게음식점으로 신고하는데 주스나 스무디의 주원료인 과일 등은 원산지표시 대상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처럼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보니 카페 등 음식점에서 국산 과일을 사용하는 데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딸기 주산지인 충남 논산의 한 카페 주인은 “딸기의 고장 논산에서 영업하는 만큼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고 지역농가를 위하는 마음에 국산 딸기를 사용하고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과일은 원산지표시를 안해도 되니 원가를 생각하면 더 저렴한 수입 냉동과일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산지에선 국산 가공용 농산물이 설 곳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딸기나 블루베리는 생으로도 많이 먹지만 카페에서 갈거나 즙을 낸 음료 형태로도 활발히 소비되기 때문이다.

논산에서 시설하우스 8개동 규모로 딸기농사를 짓는 정순복씨(63)는 “식당에서 판매하는 육류는 원산지를 엄격히 표시하면서 카페 음료에 들어가는 과일은 예외로 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가공용 판로가 막혀 딸기를 그냥 버리는 농가도 있는데 시중 카페에선 수입 냉동딸기가 원산지표기도 없이 사용되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서천에서 시설하우스 30개동 규모로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김진석씨(61) 또한 “카페에서 직접 갈아주는 음료를 당연히 국산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최근 5년새 지역 신소득 작물로 블루베리가 떠오르고 있는데 유통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원산지표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계는 ‘원산지표시법’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기범 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논산 양촌농협 조합장)은 최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 ‘수입 가공용 딸기 원산지표시 의무화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냉동딸기 수입량이 최근 5년새 급증했는데 상당 부분이 카페 음료로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카페,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 최종 소비처에서 딸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 메뉴판·게시물 등을 통해 딸기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한 법 손질을 제안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 카페시장 규모가 비대해진 현실에 맞춰 법도 바뀔 필요가 있다”며 “원산지표시 대상품목을 확대하거나 품목에 상관없이 식품 내 배합 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표시하게끔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