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하우스 6동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충남 논산시 연산면 김용헌씨(53)는 최근 출하를 시작했지만 가공용 딸기 판로가 막혀 걱정이다.
가공업체 재고 넘쳐 매입 중단
냉동딸기 수입량 급증이 원인
소비위축에 판매 감소도 ‘한몫’
저품위 상품 처리못해 경영 타격
대부분 고설재배로 후작 어려워
불안한 가격 전망…농가 “답답”
농민신문 논산=김민지, 담양=장재혁, 산청=박하늘 기자 2025. 12. 9
딸기 출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가공용 딸기 판로가 막히면서 농가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저품위 딸기를 사가던 가공업체들이 재고 과다를 이유로 매입을 시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충남 논산지역 딸기농가들은 수확에 여념이 없었지만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광석면에서 시설하우스 9동을 운영하는 윤혁순씨(58)는 “원래 12월초부터 저품위 딸기를 매입하는 수집상들이 보여야 하는데 올해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며 “농사를 짓는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수집상들은 통상 12월초부터 이듬해 6월까지 가공용 딸기를 수집하는데 지난해에는 4월에 조기 종료했고, 올해는 아예 시작도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2일 첫 수확을 시작한 연산면 농가 김용헌씨(53)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딸기를 논에 버리는 중이다. 예년 이맘때는 공선회 선별장에 가공용으로 납품할 딸기를 모아두면 수집상이 바로 가져갔었다.
김씨는 “이러다 가공용 판로가 아예 막힐까 봐 불안하다”며 “연 수확량의 10% 정도를 가공용으로 처리해 인건비 상승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었는데 그냥 버리고 있으니 아깝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는 가공업체들이 재고 적체를 이유로 딸기 매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수집상들의 설명이다. 농가들에 따르면 통상 한해 수확량의 5~10%는 상품성이 낮은 저품위 딸기다. 이 물량을 그동안 수집상을 통해 가공용으로 소진해왔는데 지난해부터 업체의 매입량이 줄더니 올해는 아예 2월초까진 매입을 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수용 경남 산청군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소장은 “가공업체에 냉동딸기 재고가 가득 차 있어 매입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농가들도 속 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논산지역에서 10년 넘게 가공용 딸기를 수집해온 김영중씨(64)는 “업체들이 2024년 겨울 생산 딸기도 냉동고에 재고로 남아 있으니 올해산은 아직 납품하지 말라더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냉동딸기 수입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냉동딸기 수입량은 2021년 9015.9t, 2022년 1만2216.8t, 2023년 1만2771.3t으로 꾸준히 늘었고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1.3% 증가한 1만6773.8t을 기록했다. 게다가 정부는 올 9월 도입한 외국산 냉동딸기의 긴급 할당관세를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하기로 해 수입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소비침체도 원인 중 하나다. 논산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관계자는 “주로 카페 음료, 아이스크림, 잼, 초콜릿 속 재료 등으로 가공용 딸기가 쓰이는데 소비심리가 위축돼 판매가 많이 줄었다”며 “업체들이 단가를 조금이라도 낮추려 딸기 함량을 줄이면서 소비는 더 안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농가들은 현재의 상황이 내년 4월 이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딸기 가격이 하락하는 4~6월엔 농가들이 포장비·운송비 등을 고려해 시장출하보다 가공용 납품을 택하기 때문이다. 가공용 수요가 막히면 농가경영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화순 논산시농협조공법인 대표는 “딸기농가 대부분이 고설재배를 하고 있어 수박·멜론 등으로 후작도 불가능해 가공용 딸기 판로가 막히면 경제적으로 상당히 빠듯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창호 전남 담양농협 딸기공선회장(64)은 “보통 연 5t 정도를 가공용으로 납품해 부수입을 올렸는데 지난해엔 500㎏밖에 못 팔았다”면서 “어쩔 수 없이 나머지는 잼으로 만들어 팔았는데 노동력·포장재 등 비용은 많이 들고 남는 건 별로 없어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딸기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헌씨는 “4월까지도 가공용 딸기 판로가 막힌다면 농가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시장에 내놓을 텐데 그러면 딸기값이 폭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