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씨무늬병 피해를 입은 벼 단지.
* 깨씨무늬병 등의 피해 보상 현실화를 촉구하는 전종덕 의원.
피해보상기준 지나치게 높고
보험 미가입 농가 증빙 어려워
지자체도 ''과도한 업무'' 호소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11. 21
농업재해로 인정된 벼 깨씨무늬병 피해 조사가 28일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피해 기준이 지나치게 높고 증빙도 어렵다는 농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농가 피해 누락이 없도록 기준에 맞춰 최대한 인정하고, 절차도 복잡하지 않다”고 해명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4일 올해 유독 확산된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인정한 뒤, 지난달 17일부터 오는 28일까지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하며 피해조사를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가 지자체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피해 인정 기준은 △병무늬면적률 51% 이상인 피해 면적이 전체의 30% 이상이면서 △수확량이 평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경우다. 피해율이 30% 이상~80% 미만이면 ㏊당 농약대 82만원, 80% 이상이면 ㏊당 대파대 372만원을 지원한다. 농가 단위 피해율이 50%를 넘으면 2인 가구 기준 121만원, 3인 가구 기준 154만원의 생계비도 지급된다. 농업정책자금 상환 연기와 재해대책경영자금 융자 지원도 포함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부가 재해로 인정한 취지와 달리 보상 기준이 지나치게 높고, 실질적으로 증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병무늬면적률 51% 이상인 피해 면적이 30% 이상이면서 수확량이 평년 대비 30% 이상 감소해야 한다는 기준은 지나치게 높고, 피해 증명 절차도 난관투성”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농식품부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농가는 보험 조사 결과를 증빙으로 인정하지만, 미가입 농가는 RPC 수매실적 제출을 요구한다”며 “그러나 농민들이 피해 벼를 RPC에 출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매실적만으로 생산량 감소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벼 재해보험 가입률이 전체의 3분의 2에도 못 미치는 만큼, 결국 3분의 1 농가는 피해를 증명할 방법조차 없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필지별 조사가 제외된 생계비 지급 기준도 문제로 지목된다. 박광은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은 “깨씨무늬병은 땅심이 약한 특정 필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며 “전체 면적을 평균으로 계산하는 방식은 병해 발생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불합리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재해 인정이 ‘홍보용 행정’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농식품부는 농업재해 인정 사실을 알린 10월 14일자 보도자료에서 “지원이 누락되지 않도록 피해조사를 통해 농약대·대파대·생계비 등을 신속히 지급할 계획이다. 농업인의 어려움을 감안해 피해 벼를 전량 매입하고 복구비를 신속히 지원하는 등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구체적인 피해 기준과 절차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시 언론 보도에서는 피해를 입은 농가들을 모두 지원해주는 것처럼 인식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정범 한국후계농업경영인 담양군연합회장은 “정부가 인정한 재해라면 그에 걸맞은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데, 발표 단계와 실제 현장 행정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며 “언론에는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지자체 공문을 보면 기준도 까다롭고 절차도 복잡하다. ‘해봐야 의미 없다’며 신청을 포기하는 농가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업무를 맡은 지자체에서도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무엇보다 업무 과다를 호소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10월 14일 공식 집계한 전국의 깨씨무늬병 발생 면적은 3만6000㏊로, 이 중 전남이 1만3000㏊로 가장 많다. 하지만 11월 13일 기준 전남에서 신청된 피해 면적은 2만6481㏊인 가운데 507㏊만 피해로 확정됐다. 증빙 자료를 검토해 피해 여부를 확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 조사체계 도입 아웃소싱 검토를”
한 지자체 담당자는 “도복·침수 같은 자연재해는 기준이 명확하지만, 병해충은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매번 임시 대응이 반복된다”며 “발생 가능성이 높은 병해충에 대해서는 사전 조사 기준을 고정해달라는 요구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해보험 미가입 농가에 대한 조사는 읍·면·동 공무원이 투입되는데, 민원 폭증과 물리적 한계로 사실상 버티기 어렵다”며 “손해평가사 등 전문 조사체계를 도입하는 아웃소싱도 검토해야 한다. 전문성과 효율 면에서 훨씬 체계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관계자는 “깨씨무늬병은 다른 병해에 비해 수량 감소 영향이 적다는 지적이 있어, 지자체·농진청 의견을 종합해 기준을 마련했다”며 “농가에게 피해 사실을 ‘입증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으며, RPC 출하량이나 거래 영수증만 제출하면 시·군이 나머지 자료를 정리해 피해 여부를 판단한다. 30% 감소를 농가가 직접 증명하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 동시 피해라 전문 조사 인력을 즉시 투입하기는 어렵고, 기존 피해조사도 읍·면·동에서 해왔다”며 “피해 누락이 없도록 서류는 최대한 인정하고 있으며, 지자체가 농가를 돕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