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보리·맥아 관세철폐 ‘도미노’…국산 존폐 위협
2026.01.12
운영자
조회수 : 983




FTA로 올해 美·캐나다산 적용

EU·호주산도 줄줄이 대기 중

설상가상 국산 보리 수급 불안

생산기반 보전 대책 마련해야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6. 1. 11



최근 몇년간 급격한 기후변화로 국산 보리의 수급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올해부터 미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의 보리·맥아 수입 관세가 차례대로 철폐돼 농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면적인 시장 개방에 앞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산 보리·맥아에 부과하던 수입 관세가 올들어 전격 철폐됐다.

미국산 맥주보리·겉보리·쌀보리 관세는 한·미 FTA 발효시점인 2012년 513%·324%·299.7%에 달했지만 단계적 철폐 일정에 따라 지난해 34.2%·21.6%·19.9%까지 떨어졌고 발효 15년차인 올해 관세 제로(0)가 됐다. 미국산 맥아도 당초 269%였던 관세가 지난해 17.9%까지 낮아졌고 올해 완전히 철폐됐다.

캐나다산 맥아 역시 2015년 발효한 한·캐나다 FTA에 따라 12년차가 되는 올해 관세가 모두 걷혔다.

다만 미국산 맥아·맥주보리와 겉보리·쌀보리에는 올해까지 각각 1만1875t·3299t의 농업긴급수입제한조치(ASG) 쿼터가 적용돼 완전한 시장 개방은 2027년에 이뤄진다.

유럽연합(EU)과 호주산 보리도 무관세 전환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EU산 맥주보리·맥아는 2027년 관세철폐 뒤 2028년 ASG 적용이 해제된다. 호주산 맥주보리·맥아는 2028년 무관세 전환하고 2029년 ASG가 사라진다.

시장 개방 효과는 호주산에 대한 수입 장벽이 걷히는 2029년부터 극대화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맥주보리·겉보리·쌀보리 수입량은 7만9531t, 맥아 수입량은 10만3895t에 달했는데 이 중 호주산 비중이 각각 81.7%·41.7%로 가장 높았다. 수입 보리는 맥주 원료나 주정용 또는 가공용 등으로 사용된다.

최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국산 보리의 수급 불안이 심화한 상황에서 무관세 수입까지 늘어날 경우 시장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산 보리는 2024년산 생산량이 역대 최저치(7만1000t)를 기록하며 수급 불안이 확대된 바 있다. 국산 보리의 연간 수요량은 12만∼13만t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2025년산 생산량(9만2000t)도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맥류협회에 따르면 2024년산 보리의 산지 수매가격은 1㎏당 2000∼2500원선이었으나, 2025년산은 재고 부족의 영향으로 3500원까지 상승했다. 국산 보리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류·가공 업체 등 기존 수요처들의 이탈은 가속화했다.

김영현 맥류협회 사무총장은 “보리는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평년보다 가격이 오르면 수입 보리로 급격히 대체될 수 있다”며 “실제 상당수 유통업체들이 국산 보리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2026년산 보리 파종면적은 2025년산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무관세 수입이 증가할 경우 국산 보리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인다.

김경채 전남 해남 황산농협 조합장은 “2025년산 보리값이 높았기 때문에 농가 기대심리가 높다”며 “2026년산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부상환 해남미맥사업단 이사는 “보리 수요의 일부가 외국산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다시 생산량이 늘고, 무관세 수입까지 확대되면 국산 보리는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국산 보리산업의 생산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 사무총장은 “국산 보리시장은 2012년 정부 수매제도가 폐지된 이후 사실상 시장 자율로 움직이고 있다”며 “무관세 수입이 시작되는 만큼 정부가 일부라도 수매 비축에 나서는 등 생산기반을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