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신문] 농산물 알뜰소비 플랫폼···‘최저가 경쟁’ 부작용 경고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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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SSM(기업형 슈퍼마켓) 매장에 진열돼 있는 토마토 모습. 토마토 한 품목만 해도 품종과 크기, 색, 맛, 당도 등 품질 규격 범위가 다양하다.




AI 기반 최저가 구매처 제시

농산물 생산·유통 특수성 외면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이두현 기자 2025. 12. 2



정부가 AI 기반으로 농산물 최저가격 구매처를 제시하는 ‘농산물 알뜰소비 정보 플랫폼’(알뜰소비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품종·생산 방식·유통 경로 등 농산물 생산·유통 특수성을 간과한 접근으로, 가격 정보만 강조하는 정책은 농식품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뜰소비 플랫폼은 대형마트, 이커머스, 로컬푸드, 농협하나로마트, 전통시장 등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의 농산물 가격을 AI로 실시간 분석해 최적의 구매처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민생 10대 프로젝트’로 선정돼 2년간 30억원 예산이 투입되며, 내년 하반기 시군 3~5곳에서 시범 운영한 뒤 2027년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 플랫폼 개발 논의는 9월 9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이 대통령이 AI를 활용해 원하는 요리에 어떤 재료가 필요하고 가격 비교 후 어디에서 주문하면 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제안했고, 농식품부가 9월 15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서 대국민 가격 비교 정보 앱을 개발·보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책화로 이어졌다. 이 플랫폼을 통해 유통 채널 간 최저가 경쟁을 촉진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고,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 농가 수취가 낮아지고 품질 하향 평준화 불보듯···“발상 자체가 잘못” 비판 쏟아져

그러나 농식품 전문가들은 농산물의 생산·유통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최저가 경쟁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유통업체의 최저가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다. 유통업체는 차별화된 품질보다 납품가 인하 압박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결국 품질의 하향 평준화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특화 품종, 특화 방식으로 생산을 하는 농가들, 차별화된 농산물의 다양성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석준 상명대 교수는 “대형유통업체가 알뜰소비 플랫폼에서 안내되는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기 어렵게 되면 산지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이어지고, 결국 농가 수취가를 더욱 낮추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산지의 거래 교섭력과 경쟁력이 미흡한 상황에서 중간 유통상들의 힘만 키워주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플랫폼을 통해 품질이 아닌 가격 위주로 소비자들이 구매를 하게 되면 전반적인 농산물 품질 향상 노력을 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농산물 유통 분야 연구자는 “소비자 편익을 얻겠다고 생산 기반과 유통 현장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는 복합적 요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먼저 돼야 하는데, 가격 정보만 전면에 나서는 방식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 고품질 생산 유도·품질 중심 소비와 엇박자···농산물 생산 안정이 물가안정 핵심

물가안정 효과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이 높은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엉뚱하게 ‘코끼리 다리’만 긁는 격”이라며 “생산성 향상과 생산 여건 안정화가 물가안정의 핵심인데, 소비자 편익 확대만으로 물가가 잡히겠느냐”고 반문했다.

생산 현장 정책과의 엇박자 문제도 제기된다. 한 도매시장 유통인은 “국내 농산물이 가격 경쟁력만으론 수입산과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유도해 왔는데, 정부가 나서서 최저가 농산물을 찾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이해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있다. 강원 지역 농업인은 “요즘 소비자는 더 많이 알고, 더 까다롭게 품질을 고른다. 가격만 보고 구매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게다가 앱 기반 플랫폼은 주로 20~40대까지 쓸텐데, 이미 이들은 온라인에서 충분히 가격 비교를 하고 있다. 정부가 세금으로 최저가 비교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건 효용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민간에서도 유사 플랫폼을 운영한 사례가 있었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한 농산물 관련 스타트업이 지난해 3월 농산물 가격 비교 플랫폼을 출시했으나 같은 해 연말에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한 농산물 유통업체 관계자는 “AI가 활용할 수 있는 건 온라인 등에 전산화된 가격 정보를 ‘크롤링’하는 정도”라며 “품질은 직접 조사해야 하는데 조사원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고, 결국 온라인에서 이미 볼 수 있는 가격, 원산지, 당도 같은 수치화된 정보만 나열될 가능성이 크고, 그중에서도 최저가격 정보만 부각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 중심 비교는 특정 기업이 유리한 것처럼 비칠 수 있고, 농업이나 농산물의 가치를 중요히 생각하는 기업이 바가지를 씌우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며 “잘못된 정보와 인식 확산으로 선의의 생산자와 유통업체들이 피해를 볼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알뜰소비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는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가격만으로 단순 비교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원산지, 크기, 당도 등 가격 차별화 요인을 최대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통시장은 정보 전산화의 어려움이 있어 초기 단계에 포함할지 검토 중이며, 품질 규격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품목과 물가 민감 품목을 중심으로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