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행정통합 논의 속 ‘동→읍’ 전환 요구 목소리 커져
2026.03.06
운영자
조회수 : 783
* 전남 나주시 영산포권역(영산동·이창동·영강동) 주민들 사이에서 현실에 맞는 ‘행정구역 격하’ 기준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철웅 이창동 통장협의회장이 “이창동은 논밭으로 가득한 전형적인 농촌”이라며 들녘을 바라보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구역’

나주 영산포권역 사실상 농촌

각종 제도 혜택 등에서 배제

인구 유입 막는 악순환 이어져

화성 남양동, 읍 격하 첫 사례

환원 법적 기준·절차 마련 시급



농민신문 나주=이시내 기자 2026. 3. 5



“농촌 생활권인데, 제도는 도시권에 맞춰져 있어 농민들이 겪는 불이익이 많습니다. 행정통합이 눈앞인데, 주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전국적으로 행정통합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 현실에 맞춰 ‘동→읍’ 등 행정구역을 격하·환원해 달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농촌 생활권인데도 행정구역상 ‘동’으로 분류돼 읍·면 주민에게 주어지는 각종 제도 혜택에서 배제된다는 주장이다. 행정구역 환원 기준과 절차를 둘러싼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농복합도시인 전남 나주시 영산포권역(영산동·이창동·영강동)에선 이같은 목소리가 크다. 영산포는 과거 영산포읍이었지만, 1981년 금성시(현 나주시) 출범 과정에서 ‘동’ 체제로 전환됐고 현재는 3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인구는 2만4000여명이었지만, 올해 1월 기준 3개 동 인구는 8200여명에 그친다.

주민들은 현재 영산포권역이 사실상 농촌형 읍·면 생활권에 가깝다고 본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읍은 원칙적으로 인구 2만 이상이어야 한다. 영산포권역은 읍 기준에도 크게 못 미치지만 행정구역은 ‘동’으로 유지돼 조세 부담이나 대학 입시 농어촌 특별전형 적용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철웅 이창동 통장협의회장은 “영산포권은 논밭이 많고 생활 분위기가 읍·면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행정상 동으로 분류돼 건강보험료·재산세 등 조세 부담이 이웃 읍·면보다 높다”며 “일례로 소농직불금을 받으려면 ‘농촌 거주’ 요건이 필요한데, 읍·면 주민과 달리 동 지역 주민은 토지 용도(주거·상업·공업·녹지)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려 상당수가 직불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귀농·귀촌 의지를 꺾어 인구 유입을 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행정구역 격상이 되레 인구소멸을 가속화하는 모순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김 협의회장은 “귀농·귀촌을 원하는 사람들도 농민으로서 혜택을 받지 못하니 인근 읍·면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기존 주민은 고령화되는데 새로운 유입은 없으니 폐원한 배 과수원이 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장행준 나주 영산포농협 조합장도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구역이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농협 조합원수도 덩달아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농어촌기본소득’ 논의와 사업 추진도 이런 문제의식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영산동에서 벼를 재배하는 최도찬씨(51)는 “현재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행 중인데, 동 지역 주민들은 이 정책에서 소외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비슷한 요구는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경남 양산시 웅상권에서는 4개 동을 묶어 읍 환원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경기 안산시 대부동도 2020년부터 대부면 전환을 추진해왔으나 답보 상태다. 2014년 화성시 남양동의 남양읍 전환은 동에서 읍으로의 전환 첫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환원’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면 → 동’ 승격은 ‘지방자치법’ 등 관계 법령에 요건이 규정된 반면, ‘동→읍·면’ 전환은 관련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법적 요건을 명확히 해 사회적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읍면동 법적지위 전환문제의 개선방안 연구(2019)’에서 “군에서 시로 승격돼 동으로 전환된 지역의 경우, 일정 기간 이상 농어촌지역 성격을 명확히 유지했다면 읍·면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규정을 지방자치법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10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최명수 전남도의원은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도 중요한 과제지만, 당장 인구소멸을 겪는 주민들 입장에선 행정구역 격하(환원)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읍·면·동 같은 하부 행정기관의 법적 지위 변경 승인권을 행정안전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