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신문] 농고생들 “졸업 후 바로 창업보다 준비된 영농 진입 원해”
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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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정연구센터와 농정원이 12일 특별토론회를 진행하며 농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160




농정연구센터·농정원 ‘농고 교육 현장서 바라본 미래 세대 육성’ 토론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6. 2. 20



“농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한데, 바로 시작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당장 농업을 하겠다’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농고생들은 “대학에 진학해야 할 것 같고, 군대도 다녀와야 하고, 자본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지켜보는 교사들은 “고교 졸업 직후 곧바로 창업을 전제로 하는 정책 설계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농정연구센터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지난 12일 충북 청주시 오송선하마루 대회의실에서 ‘농고 교육 현장에서 바라본 미래 세대 육성’ 특별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한 농고 재학생들은 농업을 선택한 이유와 이후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배명호 학생(충북생명산업고 특용원예학과)은 “시골에서 농촌체험을 하며 자연과 농업이 국영수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걸 느꼈다”며 “실습이 많고 몸으로 배우는 점이 농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AI(인공지능) 등 융복합 기술을 접목한 농업 CEO가 되고 싶다”며 “농업 기반 회사를 창업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손진우 학생(충북생명산업고 스마트농업경영학과)은 “농업은 단순한 생계 산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도 연결된다”며 “네덜란드 연수를 다녀온 뒤 온실농업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바로 농사를 짓기보다는 대학에서 더 배우고, 농업회사에서 경험과 자본을 쌓은 뒤 시작하고 싶다”며 “준비 없이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원유신 학생(유성생명과학고 화훼장식과)은 “먹는 게 가장 기본이기에 그 기본을 책임지고 싶어 농고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지원사업이 스마트팜·시설원예 중심이다 보니 논농사 같은 기본 농업은 소외되는 느낌”이라며 “다양한 농업 경로가 존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태영 학생(유성생명과학고 스마트원예과)은 “처음엔 농사를 돈 되는 사업 아이템으로 봤지만, 직접 키워보니 생명체를 다룬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기반이 없다 보니 혁신밸리, 대학, 군대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며 “사업계획서를 써보기도 했지만 아직 확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이 길을 가보고 싶다”며 “실패하더라도 준비된 실패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인턴·도제식 훈련과정 없는 데다

충분한 현장실습 여건도 안돼

‘중간단계 없는’ 정책 한계 지적


이날 좌담에서는 ‘졸업 즉시 창업’ 구조의 한계가 반복해서 지적됐다.

김찬중 전 호남원예고 교장은 “8년간 현장을 지켜봤지만 고교 졸업 직후 곧바로 영농에 뛰어드는 학생은 극소수”라며 “대부분은 대학이나 추가 교육을 거쳐 역량을 쌓은 뒤 현장으로 복귀하는 경로를 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농고 나와서 농사지을 수 있겠느냐’는 말을 공공연히 듣는다”며 “정책은 빠른 창업을 요구하지만, 학부모들은 대부분 대학 진학을 원한다. 실제 현장 진입은 소수에 그친다”고 현실을 짚었다.

김 전 교장은 특히 지역 차원의 연계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전남 22개 시·군에서 단위농협이 매년 한 명씩만 추천해도 탄탄한 후계농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학교-기초지자체-단위농협이 함께 밀어주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지역 조합원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가능하지만, 아직 그런 절실함이 공유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장학금은 두텁지만 고교 졸업 후 직업·창업을 선택하는 학생을 뒷받침하는 지원은 상대적으로 얇다”고 덧붙였다.

김명찬 여주자영농고 교사는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농업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사실상 ‘대표이사’가 되는 구조”라며 “다른 산업처럼 인턴·도제식 훈련 과정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농고가 직업교육의 핵심인 현장실습을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네덜란드는 현장 실습을 수백 시간 의무로 요구하지만 우리는 실습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대학도 이론 중심이 되기 쉽고 현장실습이 약해지면서 그 한계가 농고 현장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농고 교육의 실질적 수요자는 지역사회”라며 “지자체가 중심이 돼 농고-대학-현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법인·공동영농체 등서 경험

단계적 진입 구조 마련 목소리

실패 후 다시 설 수 있는 경로 필요


또 ‘아무나 농사짓는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도 이어졌다. 김 교사는 “농업이 직업으로 존중받으려면 일정 수준의 자격과 훈련 체계가 필요하다”며 “준비된 사람이 진입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농고 교육도, 청년농 육성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발언을 들은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한다는 것은 품목과 시장을 정하고 인생을 거는 경영 결정”이라며 “학생들은 이미 ‘어떤 작물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창업을 재촉하는 정책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다시 설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동진 농정원장은 “코로나19를 겪은 세대는 충분히 준비한 뒤 사회로 나가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문제는 농업 분야에 그 준비를 쌓을 중간 단계가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법인·공동영농체 등에서 경험을 쌓고 단계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는 농고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산업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