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동영농 확산’이라는 환상
농민신문 김소진 정경부 기자 2025. 11. 26
케이블카는 한때 지역경제라는 마른논에 물을 대줄 마법의 도구처럼 여겨졌다. 산 정상까지 철로만 깔면 사람도, 돈도, 활기도 따라 올라올 것이라 믿었다. 정부는 국립공원 규제까지 풀며 사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날개는 지역에 만성 적자와 환경 파괴를 드리우는 암운이 됐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설치 확대’로 풀려 했던 방식은 이제 ‘확산’이라는 이름을 달고 공동영농 정책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가 공동영농 확산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공동영농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한 농업법인 대표는 “무섭다”고 했다. 공동영농이 농업문제를 해결할 만능열쇠처럼 여겨지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 시행지침과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사업에 선정된 공동영농 법인은 2년간 최대 20억원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동영농의 핵심은 예산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고 말한다. 주체에 대한 고민 없이 예산만 투입되면, 지원금은 공동‘영농’보다 고가의 농기계 확보에 쓰이기 쉽다. 그 결과 폐농기계와 황폐해진 농지만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영농이 과연 ‘확산’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로 공동영농을 이끌고 있는 주체들은 모두 지역과 농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자발적’ 참여자들이었다. 농지를 규모화하고 집적하는 일은 제도가 아니라 지역민과의 오랜 신뢰와 관계가 있어야 가능하다. 공동영농의 취지대로 생산성을 높이려면 지역과 개별 농지의 특성, 작물, 농사 경험과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
공동영농 주체들이 발 벗고 나서는 동력은 예산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다. 겉으로 드러난 성공 사례 뒤에는 이들이 감당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그 부담은 더 커진다. 어떤 작물을 선택하고, 언제 수확하며,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는 모두 이들의 몫이다. 여기에 바통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찾는 일까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지금 필요한 정책은 단기적인 숫자 확대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공동영농이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하는 일이다. 그 중심에는 농지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농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동영농을 위해 어렵게 모은 농지는 머지않아 상속과 부재지주 문제로 흩어질 위험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편하지만, 근본적인 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다면 공동영농이라는 해법은 결국 환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