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일본 ‘2025년 농림업 센서스’ 발표
농업종사자 100만명 하회 전망
법인경영체 7.9% 늘며 ‘규모화’
생산효율 ↑…‘농촌 유지’는 걱정
농민신문 도쿄(일본)=김용수 특파원 2025. 12. 18
일본 농업을 떠받쳐온 ‘100만농가 시대’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고령화와 경영비 상승 속에서 소규모농가 이탈이 급격히 진행되고, 그 빈자리를 법인 중심의 대규모 경영체가 빠르게 채우는 구조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지난달말 발표한 ‘2025년 농림업 센서스’에 따르면 농업을 주업으로 삼는 기간적 농업 종사자는 102만1000명으로, 2020년 조사보다 34만2000명(25.1%) 줄었다. 이는 역대 최대의 감소폭으로 일본 농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5년마다 실시하는 농림업 센서스는 일본 농업의 가장 신뢰도 높은 지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다음 조사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수년 내 종사자수가 1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에 진입하며 체력·안전 문제로 영농을 중단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비료·사료값 폭등이 영세농가의 경영 의지를 약화시킨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사람은 줄었지만 농업의 ‘덩치’는 커지고 있다. 전체 농업경영체수는 82만8000개로 5년 전에 비해 23% 감소했으나 법인 경영체는 3만3000개로 7.9% 늘었다. 개인·가족농의 감소 속도를 법인이 보완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경영체당 경지면적 역시 3.7㏊로 5년 전보다 0.6㏊ 확대됐다. 특히 20㏊ 이상을 경작하는 대규모 경영체가 전체 농경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변화는 생산 효율성 측면에선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농촌사회의 유지·관리 관점에선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드론과 자율주행 트랙터 등을 활용해 적은 인력으로 넓은 면적을 경작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정작 농촌 마을을 실질적으로 유지하는 주민이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 자체가 줄어들면서 수로 정비, 배수로 청소, 잡초 제거, 농로 관리 등 기계로 대체하기 어려운 공동 작업에 공백이 커지고 있다. 중산간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경사가 많고 필지가 잘게 나눠진 농지는 기계화가 어려워 그동안 소농이 지역농업의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고령의 소농들이 영농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유휴지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농지 방치를 넘어 지역공동체의 붕괴와 생활 환경 악화, 인구 유출 가속 등 ‘농촌 소멸’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본 농업 전문가들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지역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정책 전환 없이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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