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식용유 거래 중단 경고
대두 중국 수출 막히자 ‘보복’
한·미 협상선 콩 의제로 거론
농민신문 조영창 기자 2025. 10. 21
미국·중국 간 무역 갈등이 대두에 이어 식용유로 번졌다. 미국이 중국 측 대두 수입 중단에 맞서 식용유 거래 중단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중국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치킨게임(어떤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태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다가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게다가 갈 곳 잃은 미국산 대두가 한국으로 흘러들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내 콩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5월부터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앞서 미국이 4월 부과한 고율 관세에 맞서 ‘전면 대응’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대두 총수출액(244억7000만달러) 가운데 중국 비중은 52%(126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1∼7월엔 관련 시장이 반토막 났다. ‘로이터통신’은 이 기간 중국 대상 미국의 대두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9월 본격 수확철에 접어든 미국 콩농가들이 중국과 한건의 공급계약도 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산 대두를 외면하는 것은 경제적 적대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보복으로 식용유 등 일부 품목의 거래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6일(현지시각) “미국의 조치는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USDA 경제연구소가 2023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카놀라유를 캐나다에서 88%, 팜유를 인도네시아에서 87%, 올리브유를 유럽연합(EU)에서 78% 수입했다.
‘글로벌타임스’ 보도에서 중국 식용유업계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언급한 식용유는 미국이 친환경정책의 일환으로 수입하던 바이오연료용 폐식용유(UCO)”라며 “미국이 (중국산 폐식용유) 수입을 중단하더라도 중국산 폐식용유의 판로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난항을 겪는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대두가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이 확인되면서 국내 수입 콩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입 대두는 크게 사료용과 식품용으로 나뉘는데 식품용 미국산 대두가 들어올 경우 재고 과다에 처해 있는 국산 콩시장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17일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대두가 거론됐음을 인정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농산물 개방 협상과 관련해 대두 문제가 언급됐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한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9일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이달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한·미 관세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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