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6.9% 증가한 20조35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이런 가운데 유통구조 혁신을 위한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관련 예산도 크게 늘었다. 업계에선 예산 증액을 환영하면서도 늘어난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2일 국회에 제출한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온라인도매시장 관련 예산은 1303억8700만원이다. 전년(748억6800만원)보다 74.2% 늘었다. 이 중 출하·정산 자금이 올해 600억원에서 내년 1000억원으로 67%(400억원) 확대됐다. 온라인도매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산지 직배송,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맞춤형 바우처 사업’도 신설됐다. 이 사업 예산은 185억6200만원으로 책정됐다.
현장에선 대체로 환영의 뜻을 피력하면서도 온라인도매시장이 단순히 몸집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온라인도매시장에서 마늘을 판매하는 A업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정보 기입 상황으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상호 신뢰를 쌓고 거래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요 업체가 이 마늘을 가져다가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알면 우리 쪽에서 가공에 더 적합한 마늘을 공급할 수도 있고, 집중 수요 시기에 맞춰 미리 물량을 확보해놓을 수도 있다”면서 “지금은 이러한 거래 전후 상황을 알고 싶어도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를 모르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비대면 온라인 거래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주기적으로 온라인도매시장 참여자들이 직접 만나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면서 “늘어난 정부 예산이 이런 부분에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도매시장에서 양파를 판매하는 B업체는 정산자금이 증액된 데 주목했다. B업체 관계자는 “오프라인 거래를 단순히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새로운 거래가 이뤄지려면 실수요자가 플랫폼 안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며 “구매자 지원을 늘려 실수요자가 플랫폼 안으로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증액된 예산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래 후 대금이 정산되는 과정에서 구매업체의 자금 상황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숨통을 터준다면 온라인 거래가 자연스레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전적 지원 외에도 플랫폼 고도화에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준호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온라인도매시장은 디지털 기반인 만큼 선별·물류·정산 등 거래 과정도 온라인 거래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면서 “온라인 거래에 특화된 후불결제(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물류 전 과정에 정보기술(IT) 물류 관리서비스 등을 적용해 유통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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