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고령농 다수, 생산비 부담↑
농지 규모화로 영농 효율 제고
육성사업서 경합관계 형성도
판매사업 활성화 등 공생 모색
농민신문 이재효 기자 225. 9. 7
소규모 영세·고령농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우리 농업 구조의 특성으로 농가의 농업경영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농협과 영농조합법인 간 협력을 강화해 공동영농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지규모가 1㏊ 미만인 농가수는 72만7307가구로 전체 농가(97만3707가구)의 74.7%를 차지했다. 전체 농가 중 65세 이상 경영주의 비율도 69.7%에 달했다.
농업경영비가 매년 상승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러한 영세·고령농 구조는 생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동영농으로 농지 규모화를 실현하기 위해 ‘들녘경영체 육성사업’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사업’ ‘경북형 마을영농 육성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공동영농을 수행하는 영농조합법인과 농축협 간 경합관계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석은 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2025년 2차 미래전략연구소 조사연구 발표회’에서 나왔다.
법인들은 농협이 들녘경영체 육성사업 등을 통해 정부로부터 시설·장비 등을 지원받아 경쟁하면 법인 입장에선 재정 건전성을 키우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농축협의 농작업 대행 단가 역시 법인보다 낮게 책정돼 법인이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든다는 의견도 내놨다.
반면 농협은 법인과 달리 제비용을 제외한 수익금을 농가에 모두 돌려주는 방식으로 공동영농을 운영하기 때문에 농협이 공동영농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농작업 대행 단가도 민간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너무 저렴하지 않은 선에서 가격을 결정했다고 했다.
다만 이처럼 농축협과 법인 간 경합이 심화할 경우 공동영농 활성화엔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절충안도 요구된다. 이에 최영운 농협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민간 공동영농법인이 이미 활성화된 지역의 경우 경합관계로 돌입하기보다는 공생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농업법인 조합원의 농축협 경제사업 이용실적이 커지고 있어 고객 관리 차원의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연구위원은 “공동영농법인이 농축협을 통해 출하하는 생산물의 수매를 확대하고 농산물 가공·판매 사업을 활성화해 법인과 상생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언했다.
농촌에서 조합원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인구소멸지역이나 고령화 심화 지역을 우선으로 농협형 공동영농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농협(JA)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마지막 담당자’의 역할을 맡아 농작업 위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모델이 농축협의 새로운 경제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실제로 전남 영암 군서농협의 경우 농작업 위탁을 주요 경제사업으로 선정해 운영했다. 판매부터 정산까지 책임지는 일괄 영농대행 시스템을 구축해 매년 1억5000만원 수준의 순수익을 내고 농가의 경영비를 절감했다.
최 연구위원은 “최근 ‘농지법’ 개정으로 농축협도 공동영농을 위해 농지 임대차가 가능해진 만큼 농축협이 농작업 위탁을 포함해 임대형·주주형 공동영농모델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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