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락시장으로 들어온 중국산 양파. 가락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수입 양파의 대부분을 중국산 양파가 차지하고 있다.
정부 물가안정 명분 수입량 늘려
올해만 8월 21일까지 ‘6만4213톤’
대부분 중국산, 거부감 낮아지고
구 크고 단단해 가격 더 받기도
국내산 공급 충분해도 수요 존재
가격 차도 1kg당 40원까지 좁혀
오락가락 날씨에 품위 떨어지고
비상품 혼입 늘어···‘개선 급해’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2025. 8. 22
중국산 양파가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는 가운데, 중국산 양파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선별을 바탕으로 국내산 양파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산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명분삼아 비정상적으로 농산물 수입량을 늘려온 지난 3년 사이 식자재 시장에서 중국산 양파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진 상황으로, 정품 비율 확대 등 비상품 양파 유통을 차단해 다시 국산 양파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 수입 양파 현황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7만651톤에서 2023년 11만7075톤으로 급증했던 양파 수입량은 지난해 7만8625톤으로 주춤했다가 올해는 8월 21일까지 6만4213톤이 들어오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산 햇양파가 시장에 나오기 전 국내산 양파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TRQ(저율관세할당) 양파 수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햇양파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전이었던 4월 초에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기준, 중국산 양파 비중이 30% 안팎을 유지할 정도로 많은 양이 거래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산 햇양파 수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자 4월 중순까지 하루 1100톤을 넘지 않았던 시장 반입량이 4월 말에는 최고 1400톤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 여파로 국내산 양파 평균 도매가격(1kg, 상품)이 5월에는 수입산(1016원)보다 낮은 812원까지 떨어졌고, 7월 18일이 돼서야 다시 1000원을 넘기기 시작했다.
문제는 국내산 양파 공급량도 충분하고 가격이 약세를 이어가는 시기에도 중국산 양파 거래가 꾸준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가격 차이도 거의 없어 지난달 1kg(상품)에 평균 100원 정도 낮게 거래됐던 중국산 양파는 이달 들어 40원 정도까지 격차를 좁혔고, 생산자단체의 수입 양파 상장경매 중단 요구로 전날 시장 반입량이 4톤에 불과했던 지난 16일에는 도매가격이 역전되기도 했다. 8월 16일 수입 양파 평균 시세는 1121원을 기록한 반면, 국산 양파는 1105원에 거래를 마쳤다.
# 비상품 양파 유통, 철저한 차단 필요
베트남산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수입 양파는 중국산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국산 양파가 중국에서 수입되는 다른 농산물과는 다르게 국내 시장에 위협적인 이유는 국산 양파 수급과 상관없이 고정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산 양파 공급량이 충분해도 중국산 양파 공급이 줄어들면 최근과 같이 중국산이 국내산 가격을 앞서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오히려 기후변화 등 오락가락한 날씨에 몇 년 사이 국산 양파 품위가 떨어지면서 중국산 양파가 중식당 외에도 식자재 공급업체까지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경매사·중도매인 등 가락시장 유통인들은 “국내산 조생 양파 출하량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국내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구가 크고 단단한 중국산 양파 가격이 더 높은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중국산 거래가 이뤄진다”라며 “주 소비처인 식당 등에서는 양파를 선택할 때 맛보다는 손질하기 편하고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많은 가성비에 비중을 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몇 년 사이 국산 양파 유통 과정에 부패하거나 저장성이 떨어지는 비상품 혼입 비율이 높아지면서 국산 양파를 사용하던 식당이나 식재료 공급 업체들이 중국산을 써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가락시장 유통인들은 수입 양파 검역 강화 등 농가나 생산자단체에서 국내 양파 시장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과 발맞춰 실제 양파를 출하하는 산지 농협이나 유통업체들도 비상품 양파 유통을 최소화 해 국산 양파 품질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30년 동안 양파를 취급했다는 한 중도매인은 “정품 양파만 보면 아직은 중국산보다는 국산 양파의 당도나 식감이 앞서는데, 문제는 썩은 양파나 저장성이 약한 양파 등 로스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거래처에 공급하기 전에 다시 선별을 한다고 하는데도 납품 이후 문제가 드러나 클레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문제가 잦아지면서 국산 양파를 사용하던 소비처들이 중국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라며 “양파 크기에 상관없이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품 비율이 높아지도록 산지에서 비상품 양파를 걸러내는데 더 신경 쓴다면 중국산에 빼앗긴 소비 수요를 되찾아 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양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경매사들도 “인력 부족 때문인지 비상품 양파가 망에 섞여 들어오는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다”라며 “올해는 양파 수확 후 저장 들어가는 시기에 비가 많이 내려서 로스율이 더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TRQ 물량 도입으로 수입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중국산 양파는 수출품이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선별한 양파가 국내에 들어온다”라며 “정품 양파 품질은 국산 양파가 좋은 만큼 양파 수매 후 실제 시장으로 출하하는 산지 농협이나 유통업체에서 더 꼼꼼하게 비상품 양파를 걸러내 국산 양파 상품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유통인들의 의견에 대해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실제 시장 출하는 양파를 수매한 농협이나 유통업체에서 하지만 농가 단위에서도 기본적으로 더 좋은 양파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올해는 국산 양파 유통 과정에서도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농협이나 유통업체, 생산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기획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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