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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밭 전경.
* 이상용 대아청과 대표(왼쪽)가 배추밭을 살펴보고 있다.(대아청과 제공)
* 배추 수확 중인 농업인들.
[현장] 무·배추 시세, 평년 수준 전망…불안감 여전
농수축산신문 김진오 기자 2025. 8. 1
최근 배추 작황 악화, 무 공급 증가로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다만 배추와 무는 서로가 대체작물인 만큼 전반적인 엽근채류 시세는 평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1일 기준 배추 10kg 그물망 경매 평균가는 1만 7461원으로 전년 같은 날 1만 2791원에서 5670원 상승(+44.3%), 평년 1만 5061원 대비 2400원 증가(+15.9%)했다.
무 20kg 상자 경매 평균가는 1만 3808원으로 전년 같은 날 1만 8931원보다 5123원 감소(-27.1%), 평년(5년 기준) 2만 1228원 대비 7420원 하락(-34.9%)한 수준이다.
배추의 경우 최근 강원 고랭지 지역 폭염으로 작황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내부부터 썩어버리는 ‘꿀통 배추’ 현상이 심화되면서 조기 출하가 이뤄진 것. 특히 중고랭지 지역은 면적이 줄고 작황도 부진해 공급량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 배추의 대체작물인 무는 공급이 늘어난 상황이다. 현재 무 생산량이 많고 품질에도 특이점이 없어 가격은 평년보다 낮게 나타났다. 폭염이 지속될 경우 무 생육에 차질이 생기고,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가격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대아청과 관계자는 “배추와 무는 공급량이 부족하면 서로가 대체소비 되는 작물“이라며 “30도 이상의 폭염이 열흘 이상 지속되면 배추 작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지만 올 봄 생산량이 많았던 무는 민간저장도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 종자 개량보다 기후변화가 빨라
여름철 배추 주요 산지인 강원 고랭지의 경우 물 부족과 이상기후로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살수차 동원 급수라는 수단까지 사용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도 제한적이다. 태백 매봉산의 한 농업인은 하루에 1600만 원을 들여 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부농협에 따르면 8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출하가 이뤄질 예정이나, 현재 작업 포전의 60% 이상이 꿀통 배추로 확인되고 있다. 비축 배추가 시장에 투입될 경우 가격은 일정 부분 안정될 수 있으나, 품질 격차로 인해 특상품과 하품 간의 시세 차이가 극심할 전망이다.
김삼영 진부농협 판매과장은 “날이 너무 더워서 배추가 속부터 녹아내리고 있다”며 “겉으로 볼 때는 구분이 안 가는 만큼 어떻게 해볼 방도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을 공급하더라도 그때 뿐이고, 자칫하면 배추가 ‘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7할 정도는 정상배추가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4할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후변화가 지속됨에 따라 종자선택이 난항을 겪는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기후변화에 발맞춰 종자를 개량해야 할 중요성을 못 느끼는 게 아니다”라며 “종자를 개량하는 속도보다 기후변화가 더 빨라 현장에서 따라잡질 못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종자를 도입하고 정착 시키는 데만 5년은 걸린다고 보는데 1년 만에 환경이 바뀌기도 해, 품종 선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농협 등 유관단체에서도 특정 품종을 권하기 어려워졌다.
# 소비둔화·늦은 추석에 불안감
농업인들은 현재의 소비 둔화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최근의 불경기로 외식 수요가 감소하면서 배추·무 소비가 감소한 점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발행돼 가계소비에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으나, 편의점 중심 소비로 인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추석이 10월 6일인 점도 문제로 꼽힌다. 추석 이후 김장 준비 수요가 몰릴 전망이지만, 추석이 늦기 때문에 무·배추를 소비할 수 있는 여유도 적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 고랭지 이모작 배추와 전라도 평지 배추가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가격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훈 대관령원예농협 상무는 “소비자가 주로 선호하는 전라도 배추가 추석 직후 대량 출하되면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며 “지난해처럼 가격이 폭등하진 않겠지만 출하시점이 집중되면 일시적으로 공급이 과잉될 수 있으므로 저장 물량의 적절한 분산 공급과 수급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비관론 나오는 강원 현지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최근 강원 고랭지 농업인 사이에서는 앞으로 사정이 더 안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비관론이 만연했다.
평창에서 무를 재배하는 유용식 대표는 “폭염 생각에 밥이 넘어가질 않아 사흘을 내리 굶은 날도 있다”며 “그래도 서늘할 때 약을 쳐야하니 오늘도 새벽 4시에 나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체에서는 ‘무 가격이 30% 오른다’ 같은 말로 쉽게 얘기들 한다”며 “생산가 2000원에서 30% 올라도 6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강릉 안반데기의 김시갑 강원도고랭지무배추공동출하협의회장은 “정부는 가격이 상승하면 단순히 폭등으로 묘사하지만 생산비 상승과 기후위기 등도 살펴야 한다”며 “앉은 자리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5000원하는데, 한 가족이 여러날 먹는 배추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확한 비용·생산 통계가 있어야 보험도, 가격 적용도 가능한 만큼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며 “소비자가 합리적 소비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가조절에도 직접 참여하고, 책임의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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